통일연구원 홍민 연구위원 “제재완화가 주요 의제…현실적 접점 찾는 노력”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내년부터 핵 협상이 다시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통일연구원이 13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개최한 ‘2019 한반도 연례정세전망’ 기자간담회에서 홍민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북미는 비핵화-상응조치와 관련해 현실 가능한 수준에서 접점을 찾는 방향으로 2019년 상반기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홍 연구위원은 “북미가 정교한 비핵화 로드맵을 합의하는 비현실적인 목표에 소모적 시간을 보내기보다 양측이 요구하는 내용의 접점을 찾아 연초부터 고위급회담, 정상회담 일정을 신속하게 가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먼저 일정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고 곧바로 미국의 상응 조치들이 단계적으로 취해지는 ‘선 비핵화 조치-후 단계적 상응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향후 북미 간 협상에서 주요 의제는 대북제재 완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북미 대화 전체 흐름 볼 때 긍정적 프레임 이동 포착

그는 “북미가 대화와 교착을 반복해오면서 근본적인 이견이 좁혀지기 힘들다는 비관론이 있지만 올 한해 전체 흐름을 볼 때 북미는 최소한 외형적인 협상 구도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프레임 이동’을 해왔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6.12 북미정상회담 전까지 ‘선 비핵화-후 체제보장 조치’라는 단선적인 선후 문제로 접근했지만 6.12 북미합의를 통해 ‘비핵화-체제안전보장’을 상호주의 차원에서 교환하겠다는 의지를 합의문 서문에 담았고, 이는 둘 사이의 동시 이행의 가능성을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폼페이오 장관이 4차 방북 결과로 ‘비핵화-상응조치’ 협의를 밝히면서 의미 있는 이동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표면적으로 북미 협상의 프레임이 포괄적 모호성에서 ‘비핵화-상응조치’로 디테일을 찾아가는 것과 달리 협상은 여전히 교착 상황이지만 근본 원인은 ‘대북제재’를 둘러싼 격렬한 수싸움에 있다”고 평가했다.

홍 연구위원은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 발표도 협상의 한 국면으로 직접적인 경제압박보다는 주변국에 대한 환기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2018년에 미국 정부가 대북 독자제재를 발표한 횟수는 모두 10차례에 달한다”며 “이는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에 집중했던 2017년에 8차례 단행된 횟수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홍 연구위원은 “북한이 4.27 판문점선언 1주년과 4.20 신전략노선 1주년, 4.15 김일성 생일 등 북한 내 정치행사와 6.12 북미정상회담 1주년까지 비핵화 성과를 내는 모멘텀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해서는 “‘폐기-폐기 검증’ 패키지가 순차적으로 이행되면서 일정 수준이 비가역성에 진입하게 되고 이런 과정에 맞춰 미국의 상응조치가 제공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며 “그 첫단계로 이미 북한이 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영변 핵심시설과 추가적인 미국의 요구 사항이 반영된 것이 첫 패키지로 묶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통일연구원(가운데 김연철 원장)이 13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2019 한반도 연례정세전망’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미디어펜


◇국가관계 정상화에서 외교‧경제 분리하면 상충

이와 관련해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북미 간 제재완화 요구와 추가 제재 조치는 협상을 앞둔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하는 것일 뿐 실제로 협상에 들어가면 서로 양보할 수밖에 없고, 최근 미국에서도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백악관 내 강경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제재 해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지적한 것으로 김 원장은 “최근 미국에서 만나본 싱크탱크 전문가들도 북미 간 주고받을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목표 지점까지 단계적으로 북미가 취해야 할 조치들이 작성되어야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비핵화 협상에서 제재완화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국가 대 국가의 관계 정상화에는 외교관계도 있지만 경제관계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가령 연락사무소를 테러지원국이나 수출금지국에 설치한다면 법률적으로 상충될 것”이라며 “결국 미국도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추진할 때 경제 부분까지 미국 법률에 근거해서 포괄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김상기 통일정책연구실장은 향후 종전선언 없이 평화협정 협상으로 직행해서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촉진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 연구실장은 “종전선언은 법적인 장치가 아니라 정치적 선언으로 평화협정에 대한 착수가 쉽지 않았던 역사적 과정이 반영된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의 주한미군에 대한 입장의 유연화로 평화협정 협상이 착수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종전선언이 지체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재검토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핵협상이 진전된다면 종전선언 선행없이 평화협정 협상 직행으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촉진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있더라도 북한의 경제적 개혁·개방은 신중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북 비핵화 하더라도 개혁‧개방 진전에는 신중할 것 

김석진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비핵화가 이뤄지고 대외관계가 정상화되면 체제 유지에 대한 자신감이 커져 북한 당국이 개혁·개방을 진전시킬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반대로 사회주의 체제 복원에 대한 자신감이 커져 국영경제의 사회주의적 성격을 강화하고 개혁 개방을 후퇴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당국 및 엘리트 입장에서 보면 개혁과 개방, 남북 교류협력을 어느 정도 활용하되 그 수준을 제한하며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응일 것”이라며 “북한의 개혁과 개방은 단기간 내에 확대되기보다 신중하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