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주도 외부영입 핵심 인재들 미래 성장사업에 속속 전진배치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삼성과 현대자동차, LG 총수의 ‘선택’이 그룹의 미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총수가 공 들여 영입한 핵심 인재들이 미래성장사업의 주도적 역할을 맡으면서 변화의 바람이 거세질 전망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LG는 미래 성장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외부 인력을 대거 전진배치 시켰다.

최근 삼성의 인공지능(AI), 현대차의 미래자동차기술, LG의 전장사업에는 업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핵심 인력들이 속속 집결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데려오기 위해 세 그룹 수장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인물의 경우 오랜 기간의 작업도 마다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공격적인 외부 인재 영입과 핵심 보직 기용은 40~50대 총수들의 경영 스타일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순혈주의’을 우선순위에 두던 아버지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신사업의 ‘퀀텀점프’를 위해서는 외부 힘을 빌릴 수 있다는 의미다.

재계 관계자는 “젊은 총수들은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등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며 “특히 사업의 효율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현대차·LG에게는 앞으로 1~2년이 중요하다. AI,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 혁신기술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미국 등 4차 산업혁명 선두주자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도 총수가 선택한 외부 인력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경영 복귀 후 AI에 많은 정성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한국 AI 총괄센터를 시작으로 올해 미국 실리콘밸리(1월), 영국 케임브리지(5월), 캐나다 토론토(5월), 러시아 모스크바(5월), 미국 뉴욕(9월), 캐나다 몬트리올(10월) 등 글로벌 AI 연구센터를 7개로 늘렸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차

AI 연구를 위해 모인 인력의 면면이 화려하다. 지난 6월 합류한 뇌 신경공학 기반 AI 권위자 세바스찬 승 부사장과 AI 로보틱스 전문가 다니엘 리 부사장을 비롯해 굵직한 연구 성과를 갖고 있는 거물급 인재들이 삼성전자의 AI 미래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약 100 명의 AI 선행 연구개발 인력을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 실적감소 등으로 고민이 큰 현대차 정의선 수석 부회장은 최근 인사에서 깜짝 카드를 꺼냈다.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신임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했고,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이다. 특히 외국인이 회사의 미래 경쟁력을 책임질 신임 연구개발본부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어만 사장은 BMW에서 고성능차 개발을 총괄하다 2015년 현대차에 합류한 인물이다. 지 사장은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임원 출신이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을 디자인최고책임자(CDO)에,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을 상품전략본부장에 각각 임명한 바 있다. 동커볼케, 쉬미에라 부사장 역시 유럽 완성차 업체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현대차로 넘어왔다.

   
▲ 구광모 LG 대표가 서울시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연구원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제공

구광모 회장이 방향타를 잡은 LG는 지난달 정기 인사에서 외부인재 수혈을 통해 역량을 강화했다. 그룹은 글로벌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 고객가치 달성에 필요한 역량을 채우기 위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LG는우선 글로벌 기업 3M 출신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또 한국타이어 연구개발 본부장인 김형남 부사장 을 자동차부품 팀장으로 영입했다. 보쉬코리아 몸담고 있던 은석현 전무도 LG전자 VS에 합류했다. 이들은 LG가 신성장 사업으로 꼽고 있는 전장 기술의 계열사간 시너지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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