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황후의 품격'이 인기 고공행진이다. 품격(?) 있는 막장 드라마의 등장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13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 15, 16회는 11.0%, 14.0%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했다. 16회의 14.0%는 전날(12일) 14회 때 세운 11.5%의 자체 최고시청률보다 무려 2.5%포인트나 뛰어오른 새 기록이다.

동시간대 지상파 3사 수목드라마 가운데 독보적 1위일 뿐 아니라 강력한 경쟁작으로 꼽혔던 tvN '남자친구'(13일 6회 8.6%)와 격차도 크게 벌려놓았다.

'황후의 품격'(극본 김순옥, 연출 주동민)은 최근 보기 드물었던 웰메이드 막장 드라마다. 막장에 어울리는 캐릭터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막장스러운 전개가 빛을 발하고 있다.

   
▲ 사진=SBS '황후의 품격' 홈페이지


이날 방송에서도 헛웃음 나오거나 이마를 치게 만드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오써니(장나라)는 황제 이혁(신성록)의 계략에 말려 불륜녀가 됐고, 천우빈(최진혁)에게 절벽에서 밀려 강에 빠져 죽었다가(죽은 줄 알았다가) 살아났고, 순수한 황제바라기에서 복수심에 불타는 여인으로 '흑화'를 했다. 이혁과 민유라(이엘리야)의 애정행각은 도를 넘어섰고 이혁은 내연녀 민유라를 황후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급기야 막판에는 오써니의 하소연을 들은 태황태후(박원숙)가 궁중을 지키겠다며 정화 작업에 나서던 중 비녀에 찔려 사망한 채로 발견되는 충격이 더해졌다.

높은 절벽에서 강물로 떨어졌던 장나라가 변선생(김명수)의 도움으로 살아났는데, 얼굴에 상처 좀 난 상태로 병원에서 링거 맞고 벌떡 일어났다.(뭐 그 정도야)

다시 궁으로 돌아간 장나라는 자신을 죽이려했던 최진혁에 대해서는 어떤 추궁도 하지 않고 신성록에 대한 적개심과 복수심에만 불타올랐다.(뭐 그럴 수도) 

스캔들 보도로 황후의 내연남으로 알려진 데다 황후 살인미수까지 저지른 최진혁은 아무렇지도 않게 황실 경호원 신분을 이어가며 계속해서 복수를 위한 꿍꿍이를 이어가고 있다.(그래야 복수극이지)

드라마를 보면서는 굳이 이런 걸 따지고 있을 겨를조차 없다. 너무나 숨가쁘게 몰아치는 전개를 쫓아가기도 버겁다. 간간이 활극(뺨 때리기, 머리채 휘어잡기)도 보태진다. 변선생이 알고 봤더니 의문의 죽음을 당한 소현황후의 아버지였다는 식의 깜짝 반전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장나라와 뭔가 썸이 생기지 않을까 여겨졌던 최진혁은 느닷없이 이희진(소진공주)과 수영장에서 마주쳐 우람한 근육과 식스팩을 보여준다.(소현황후가 사실은 죽지 않았고 어느날 살아서 돌아온다 해도, 최진혁이 이희진의 마음을 사로잡아 부마가 된다 해도, 장나라가 이엘리야와 격투기를 벌인다 해도, 뭐 어쩌겠는가)

흔히 드라마에 대한 막장 시비가 일면 '욕하면서 본다'는 말이 유행한다. 그러나 '황후의 품격'은 욕할 시간도 없이 보게 된다. 그만큼 스피디한 전개에 눈길을 빼앗기고, 복잡한 인물 관계도와 연속 반전을 따라가느라 머릿속이 분주해진다.

이렇게 또 한 편 웰메이드 막장 드라마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 힘은 김순옥 작가 특유의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현실화시키는 배우들의 열연에서 나온다. 한 장면도 허투루 지나갈 수 없게 만드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풍성한 볼거리에 사실감을 입히면서 채널 돌릴 생각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황후의 품격'을 보면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늘 다음 회가 기다려지게 분위기 잔뜩 잡아놓고 끝난다.

이런 점이 아쉬운 '황후의 품격' 팬들에게 위안이 될 만한 사실 하나. 이 드라마는 무려 48부작(일수로 24회)이다. 보통의 미니시리즈가 32부작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오래 드라마를 즐길 수 있다. 이제 16회가 방송됐으니 앞으로 32회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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