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광주 재판, 2월 연희동 집 공매…너무 가혹
3년 차 문재인 정부, 전향적 태도로 민심 얻을 기회
   
▲ 조우석 언론인
2019년 새해 이 나라 언론들은 빤한 덕담과 시시한 처방으로 한 해를 시작했다. "재도약을 위해 다시 뛰는 한 해"를 다짐하거나 "집권 3년 차 문재인 정부가 이념 착오에서 실질로 돌아오라"는 훈수가 그러하다. 한 경제신문의 신년기획 '다시 뛰는 J노믹스' 같은 것에도 국민의 기대치가 낮다.

나라에 비전이 없고 저널리즘이 무책임하니 모두가 이 지경인데, 마침 원로 언론인 류근일의 전망에 나는 동조한다. 올해가 한반도의 명운에 중대한 변곡점의 한 해가 될 것이란 예측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합법을 가장한 민중혁명 세력이 대한민국 허물기를 빠른 속도로 진척시킬 것이란 지적과 함께 "혁명의 끝은 자유의 실종"이라고 경고했다.

너무 거창하다고? 아니다. 그 발언이 실감나는 건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에 대한 공매(公賣) 처분에서도 확인된다. 검찰은 보름 전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의뢰해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을 공매에 이미 내놨다. 2월 공매가 성사되면 집주인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전직 대통령 넷 중 셋이 유고(有故)

이 경우 전직 대통령 내외분이 요즘 엄동설한에 길바닥에 나앉는 비극적 상황도 배제 못한다. 그렇다면 이게 왜 문제인가? 전직 대통령 중 생존한 분이 넷인데, 의식 없이 누워있는 노태우 대통령을 제외하곤 모두가 온전치 못한 상황 즉 유고(有故)다. 두 분은 구속 상태에서 재판 받고 있는 중이고, 남은 분인 전 대통령을 둘러싸고 지금 이 소동이다.

누가 봐도 이건 정통성을 가진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박해에 다름 아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대한 부정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말도 나온다. 물어보라. 90세가 다 되어 노인성 질환 치매를 앓는 전직 대통령에 이럴 수 있나? 퇴임 30년 동안 그러더니 지금도 난리인가?

전두환 박해는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는 당장 7일 전남 광주의 재판정에 서야할 처지다. 광주 재판은 전 대통령이 2년 전 현대사 기록 차원에서 펴낸 회고록(전3권)의 일부 표현을 문제 삼아 그게 명예훼손이냐 아니냐를 다투는 자리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처럼 궐석재판을 할 수도 있으나 광주지역 재판부는 "피고인 출석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 전직 대통령 중 생존한 분이 넷인데, 의식 없이 누워있는 노태우 대통령을 제외하곤 모두가 온전치 못한 상황 즉 유고(有故)다. 두 분은 구속 상태에서 재판 받고 있는 중이고, 남은 분인 전두환 전 대통령은 회고록 문제로 재판정에 출석해야 할 처지다. 1988년 11월 23일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순자여사가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내설악 백담사에 도착, 방한복을 입고 경내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때문에 강제 구인장을 발부해서라도 서울에 있는 그를 광주로 압송해오는 상황도 예상된다. 1995년도 경남 합천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서울로 압송이 될 때의 상황이 24년 만에 재연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개탄스럽다. 무엇보다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을 둘러싸고 이 난리법석이라니….

이러니 이 나라는 이미 전체주의 국가라며 여론이 안 좋다. 전두환을 전라도 광주로 끌고 와 인민재판을 벌이겠다는 공개 선언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게 말이 안되는 게 형사소송법 15조 2항을 정면에서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조항은 해당지역 민심이 공정재판을 위협할 경우 검찰은 관할재판 이송 신청을 규정하고 있다.

전향적 정치문화를 창출하려면

동시에 연희동 사저 공매 처분은 자칫 역풍이 불 수 있는 사안이다. 경매와 달리, 공매는 낙찰자가 바로 그 집에 들어갈 수 없다. 별도로 명도 소송을 내야 한다. 소송에서 이기더라고 그와 별도로 해당 주택에 거주하는 전 대통령 내외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까?

이런 상황에서 누가 낙찰을 받으려 할까 하는 의문부터 든다. 미납 추징금을 받아내 한 건 하려는 검찰이 오버했다는 지적은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덤벼드는 검찰 논리는 단순하다. 2013년 전 대통령 장남 재국 씨가 "연희동 사저도 추징금으로 납부하겠다"고 밝힌 게 근거다. 단 그는 "부모님이 그 집에서 여생을 보내게 해달라"고 호소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더구나 그건 민정기 전 비서관의 말대로 회유 겁박에 따른 약속이라서 효력에 의심이 든다. "당시 검찰의 압박에 못 이겨 자진납부하기로 했지만, 이후 검찰 약속과 달리 전두환 대통령의 차남 재용 씨가 처남 이창석 씨가 구속 수감됐다"는 것이다. 그럼 연희동의 반격은 어떤 게 있을까?

우선 공매 처분 가처분 신청을 내고, 그와 별도로 2013년 전두환 특별법 자체가 위헌이 아니냐를 헌법재판소에 별도로 묻는 절차를 빠르게 밟을 생각이다. 헌법소원 심판 청구인데, 그 경우 논란이 커지며 민심이 더욱 악화될 것이다. 때문에 전 대통령의 주변 인물이 구매해 두 내외가 거주할 수 있게 돕자는 말이 벌써 나온다.

실현 가능성과 별도로 국민 성금을 모으는 방식으로 연희동 사저를 매입해 두 분을 계속 살게 하자는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왜 이런 말이 나올까? 전직 대통령들을 이렇게 만드는 상황이 비정상이고, 가히 민중혁명적이라는 인식이다. 결국은 우리의 파행적인 정치 문화가 문제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전향적 태도로 중요하다. 그는 현 정부를 김대중-노무현에 이은 민주정부 3기라고 밝혔다. 그게 분열을 자초한 발언이라면, 다행히 또 다른 말도 했다. 그는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역시 김대중·노무현만이 아니라 이승만·박정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모든 대통령의 역사 속에 있다"고 발언했다. 그게 정답이다.

그런 전향적 문화의 창출은 멀리 갈 게 없다. 전두환 대통령을 둘러싼 두 개의 현안 해결에서 첫발을 내디뎌야 한다. 집권 3년 차 문재인 정부가 달라졌다는 말을 들으려면 이런 데서 성의를 표시하는 게 우선이다. 박근혜-이명박 대통령 문제도 마찬가지라는 건 두 말할 필요조차 없다.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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