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이 나쁘니 할 말이 없게됐죠…노동계 열린 마음으로 임해야"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앞두고 새해 국정구상을 밝히고 있다./청와대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경제 문제와 관련해 “현재의 경제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사람중심 경제’의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말해주고 있다”고 말해 기존 경제정책 기조를 이어나갈 것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가진 2019년 신년기자회견에서 “경제정책의 변화는 두려운 일이다.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보완하면서 반드시 ‘혁신적 포용국가’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논란이 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을 다시 언급, “‘혁신적 포용국가’는 공정하게 경쟁하는 공정경제를 기반으로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성장을 지속시키면서 ‘함께 잘 사는 경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또 “미래의 희망을 만들면서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해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완고한 소신을 거듭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에도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걸맞은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며 “수출과 내수의 두바퀴 성장을 위해서는 성장의 혜택을 함께 나누는 포용적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수출’과 ‘내수’ 모두 성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금까지 경제 상황에 대해 △우리가 함께 이룬 경제성장의 혜택이 소수 상위계층과 대기업에만 집중됐고 △장기간에 걸쳐 GDP 대비 기업소득 비중은 경제성장률보다 계속 높아졌지만, 가계소득의 비중은 계속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오래 전에 낙수효과는 끝났다. 수출의 증가가 고용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지도 오래됐다. 어느덧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제시한 내수 진작 정책과 국민삶이 나아지도록 하는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 상황을 악화시켰고, 특히 자영업자들에게 타격이 됐다. 즉 안정적인 조직의 근로자들은 임금 인상을 누렸지만 오히려 열악한 조건으로 일하는 국민들은 직장을 잃고 가계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 사실이다. 

문 대통령도 ‘역대 정부에 비해서 고용 상황이 나쁘다 그래서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질문에 “고용지표가 나쁜 부분은 우리로서는 참으로 아픈 대목이다. 우선 고용이 나쁘니 정부가 할 말이 없게 됐죠”라고 했다. 

이어 “많은 분이 고용 악화의 원인을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말하는데 그 부분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제조업들이 오랫동안 부진을 겪고 있으니 주력 제조업에서 계속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다. 그것을 둘러싼 서비스산업도 함께 어려워지는 현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제활성화를 위해 △규제혁신 △신성장산업의 투자 지원 △소프트웨어 인재 성장지원 등을 통해 산업을 활성화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근로장려금 인상, 상용직 증가로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기초연금 및 장애인연금 인상과 아동수당 도입 등을 언급했지만 이미 무너진 경제 상황을 되돌이킬 수는 없으므로 가던 길을 계속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전처럼 노동계에 끌려가지만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앞으로 ‘친노조‧반기업 기조에서 벗어날지 주목된다. 

최근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착수에 대해 “노동정책 후퇴”라고 비판하는 노동계를 향해 문 대통령이 “노동자의 임금이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동 조건의 향상을 사회가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고,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노력을 기울이는 점을 노동계가 인정해줘야 한다”면서 “하지만 그것 때문에 우리 경제가 어려워지면 일자리가 줄어드는 고통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계가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날 문 대통령은 ‘4차산업 분야에 여전히 높은 규제 장벽이 있다’는 지적에 “규제 혁신으로 길이 열리는 면이 있지만 그 규제를 통해 지키려던 가치관과 충돌하고, 격렬한 대립으로 이어진다”면서 “대표적인 것이 ‘카풀’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다. 이처럼 생각이 다른 분들이 사회적 타협을 이룰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설득하겠다. 규제가 풀려서 입는 피해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