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의 유죄 판결로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로는 첫 유죄가 선고돼 유사 혐의를 받고 있는 CEO들마저 비슷한 판결을 받을까 금융권의 촉각이 곤두 선 상태다.

11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부장판사 이재희)은 전날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행장에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금융산업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이 전 행장이 채용 재량 범위를 무한정 확대할 수 없다고 판단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 전 행장은 지난 2017년 금융감독원 직원, 국정원 요원, 은행권 VIP 고객의 자녀 등을 신입사원으로 특혜채용했다는 비리 혐의를 받았다.

당시 심상정 정의당 은행은 우리은행 인사팀이 작성한 '2016년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및 결과'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하면서 그의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문건에는 지원자의 정보와 함께 추천인 명단 등이 빼곡히 적혀 있어 금융권에는 큰 파장이 일었다.

그해 10월 우리은행은 자체검사 결과를 발표한 뒤 이 전 행장 등이 구체적 합격 지시를 내리거나 합격자를 부당 변경한 사례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금융감독원은 결과를 보고 받은 내용을 토대로 이 전 행장 등을 검찰 고발했다.

이후 이 전 행장은 11월 "채용 논란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먼저 우리은행 경영의 최고책임자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퇴를 표명한 뒤 재판에 임했지만 1년만에 첫 유죄 선고가 떨어져 법정 구속된 상태다.

이번 판결 소식에 따라 신한금융지주와 KEB하나은행의 긴장감도 높아지게 됐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또한 이 전 행장과 비슷한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함 행장은 오는 3월 연임을 앞두고 있어 재판 결과가 암초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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