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홍보 방송' KBS에 시청자 분노는 당연
올해는 공영방송 대추락의 해…판 새로 짜야
   
▲ 조우석 언론인
1년도 훨씬 전 시작된 방송장악 초기 국면에서 좌편향 KBS의 실체는 상대적으로 가려져있었다. 신임 사장 최승호가 이끄는 MBC가 몇 개월 앞서 출범한데다가, 시작부터 물불을 안 가리지 않으면서 양승동 체제의 KBS보다 먼저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연말 이후 시청자와 정치권 양쪽에서 지탄의 표적으로 떠오른 것은 KBS다. 맞을 짓을 했기 때문인데, 며칠 전 시민단체 자유민주국민연합은 수신료 납부거부 운동에 동참한 1만 명의 서명을 KBS에 전달했다. "정권 홍보방송으로 전락한 KBS에 시청료를 낼 수 없다"는 뜻이다. 당연히 자유한국당도 수신료 강제징수 금지와 수신료 거부 운동을 펼치는 중이다.

KBS에 대한 이런 반응은 저들이 코미디언 김제동을 시사프로 '오늘밤 김제동'의 전면에 내세우는 바보짓을 한 끝에 끝내 사고까지 쳤기 때문이다. 그 프로에서 '평양 돼지' 김정은 찬양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내보냈으니 이적성(利敵性)과 고무찬양의 혐의를 받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코미디언에게 뉴스 맡길 것 자체가 패착

이게 뭘 말해줄까? 좌파 확신범 최승호나, 좀 덜하다는 양승동은 결국 초록은 동색이란 얘기다. 그리고 공영방송을 이끌 수장으로선 둘 다 부적격이다. 어차피 권언(勸言) 유착의 파트너인데다가 미디어환경 격변기를 돌파할 비전과 제작 혁신의 마인드 역시 태부족하다. 단언컨대, 두 공영방송은 올해 말 막대한 마이너스 성장이란 최악의 성적표를 나란히 받아들 것이다.

제 아무리 방통위가 측면지원해도 성장세의 종편에 치이고, 국민 신뢰마저 잃는 모양새엔 변함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는 공영방송이 '곁가지방송'으로 추락하는 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KBS-MBC의 대추락은 김대중-노무현 시절과 여러모로 비교대상이라는 점이다. 즉 난리치는 건 전보다 덜한데, 추락 속도는 엄청 가파르다는 게 관전 포인트다.

당시 KBS-MBC 두 지상파는 해방구였다. 권력의 비호 아래 뉴스-제작 전 영역에서 국가정체성을 해치는 프로그램으로 대한민국을 들었다놨다를 반복했다. 그에 비해 문재인 정부 들어 두 곳은 방송계 전체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쪼그라든데다가 좌편향 뉴스를 쏟아내는 외에 이렇다 할 '활약'이 드물다.

일테면 DJ 시절 '해방구 방송'의 신호탄이 KBS의 경우 10부작 현대사 다큐멘터리 '20세기 한국사-해방'(1999년)였다. 독재-전쟁-빈곤 등 10개의 테마를 철두철미 민중사관에 입각해 훑어 내렸는데, 그건 지상파로 재구성한 운동권 인식의 종합판이었다. KBS가 총론을 제시하자 MBC는 각론에 들어갔는데, 그게 그 요란했던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등장이다.

   
▲ KBS와 MBC의 공영방송으로서의 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사진=연합뉴스

멀쩡한 공영방송에서 초라한 곁가지방송으로

당초 12부작으로 기획돼 김일성 항일투쟁, 반민특위, 제주4.3 등을 조명했는데, 직후에 정규 프로로 자리 잡았다. 당시 MBC가 보도에서도 얼마나 궤도이탈을 했는가는 2002년 연평해전 보도에서 확인된다. 남북충돌이 우리 어선의 월선 조업 탓이란 주장을 '뉴스데스크'에서 9일간 87꼭지 보도했다.

그럼에도 DJ의 지상파 장악은 표시가 덜 났났다. 그에 비해 노무현의 방송장악은 폭주에 가까웠다. 그 정점이 2004년 3월 탄핵 당한 노무현 지키기에  올인했던 편성이다. SBS까지 방송3사가 탄핵 규탄 생방송에 매달렸으니 이건 재난 보도에 못지않았다. 그 와중에 국가기간방송 KBS의 타락은 현충일에 마오쩌둥을 그린 다큐를 버젓이 내보낸 데서도 확인된다.

특히 KBS 사장 정연주는 이념 성향이 강한 '미디어 포커스', '다큐멘터리 인물현대사' 등을 신설-보강했는데, '인물현대사'의 경우 좌파 특유의 우리민족끼리 성향을 그야말로 마음껏 발휘했다. 하지만 그 절정은 따로 있는데, 그게 바로 드라마 '서울 1945'다.

지금도 "좌익사상을 안방에 심어주기 위해 작심한 드라마"란 비판을 받는 그 드라마는 여간첩 김수임의 사랑을 아름답게 포장하고, 건국 대통령 이승만은 저열한 사람으로 그렸다. "KBS가 평양방송 서울지국인가?" 개탄을 낳게 한 이 드라마는 끝내 검찰에 고발당했다. 좌파 10년 안방을 유린한 해방구 방송체에 비해 현재 KBS-MBC의 활약은 상대적으로 초라하다.

방송 장악 효과는 올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꼭 그건 아니다. 미디어 격변기에 몸집과 위상 자체가 쪼그라들어 좌편향 방송을 해보니 영향력 자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원천적 한계가 우선 있다. 게다가 보도국은 취재 능력이 떨어지고, 제작파트의 역량도 "아 옛날이여"다.

좋은 피디들은 모두 민방 SBS나 종편 그리고 tvN 등 케이블로 많이 옮겼다. 즉 장난을 치고 싶어도 칠 수 없는 구조이니 그게 바로 두 방송의 '조용한 죽음', '사실상의 죽음'이다. 결정적으로 시민사회 비판의 눈이 전과 또 달라졌다. 수신료 거부 운동도 그 맥락이다. 이런 환경변화가 KBS-MBC의 대추락을 늦춰주니 이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저들의 좌편향은 여전히 경계대상이고, 수신료 거부 운동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걸론 부족하다. 여전히 괘씸한 두 공영방송의 궤도 일탈과, 조용한 죽음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 최악의 경우 말로만 공영방송을 아예 없애고 경쟁력을 갖는 민방 체제로의 전환도 검토돼야 한다.

경쟁력 제고 차원만이 아니다. 공영방송 내부에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민노총 소속 조합원이 득시글대는 구조적 불법은 이런 대수술에서 비로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제안은 시민사회가 KBS-MBC을 압박하는 지금 차제에 방송정상화의 보다 큰 그림을 새롭게 그려보라는 뜻이기도 하다. 고황에 든 병을 두 공영방송이 자체적으로 치유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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