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권업계가 투자은행(IB) 위주로 재편되면서 각 회사들이 자기자본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형사들의 덩치가 계속 커져 현재 상위 10개 증권사들이 순익 80%를 독식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규제 때문에 중소형사들은 매각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업계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5개사 증권사 순이익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상위 10개사로 범위를 넓히면 업계 전체의 80%에 가까운 순이익을 10개사가 기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세부 내용을 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5개사의 순이익 점유율은 2016년 40.21%에서 작년 3분기 말 기준 49.38%로 커졌다. 지난 3년간 자기자본 기준 상위 5개사(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의 순이익이 전체 증권사의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45.77%에서 2016년 40.21%, 2017년 52.65%, 2018년 49.38%로 해마다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같은 기간 상위 10개사의 순이익 점유율은 79.0%에서 77.24%로 소폭 축소됐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수준이다. 자기자본이 클수록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 현재 증권업계의 현실인 것이다.

더구나 최근 국내 증권업계 추세가 IB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상위권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을 늘리는 데 더욱 주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소형사들은 자기자본 확보는커녕 ‘생존’마저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시장에서 중소형사들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매물’로 나왔을 때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난 3년간 매각이 진행되거나 매각설이 불거진 증권사는 대우증권, 현대증권, SK증권, 하이투자증권, 골든브릿지증권과 바로투자증권, 교보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다. 이 중에서 매각이 완료된 곳은 대우증권과 현대증권, SK증권 등이다.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은 각각 미래에셋그룹과 KB그룹에 매각돼 증권 계열사와 합병됐다. 하지만 SK증권의 경우 케이프투자증권과의 매매거래가 무산돼 결국 사모펀드에 팔리게 됐다.

하이투자증권은 DBG금융그룹에 팔렸고 바로투자증권은 카카오에, 골든브릿지증권은 상상인그룹과 매각을 진행 중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매물로 나왔다가 무산됐고, 교보증권은 매각설이 불거졌다가 올해 기업공개(IPO)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한 가지 특징은 대형 증권사의 경우 다른 증권사에 팔렸지만 중소형사는 다른 업권에서 주인을 찾은 사례가 많았다는 점이다. 매각 이후에도 중소형사들이 더 큰 불확실성을 감당해야 하는 이유다.

당국의 규제는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현행법상 금융사를 매각하려면 인수하는 측이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이 심사 기간은 60일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해당 심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거래가 불발된 사례가 많았다.

현대증권과 SK증권의 매각 당시에도 변경 승인에 각각 115일, 128일이 소요됐고 결국 계약 자체가 무산된 사례도 있었다. 최근 골든브릿지증권을 인수하기로 한 상상인도 270일이 넘는 심사 기간에 계약 이행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당국의 태도에는 노조조차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형편이다. 사무금융노조 측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대주주 변경 승인업무 수행 절차를 명시한 금융위 고시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면서 “감독권자로서의 권한이 남용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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