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지난해 국내 정유업계의 석유제품 수출물량이 전년 대비 4.6% 증가한 4억9399만배럴을 기록,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23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수출액은 같은 기간 33% 늘어난 399억6000만달러였으며, 석유제품 수출량은 63빌딩과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각각 206번·33번 채울 수 있는 규모다.

이에 따라 석유제품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8년 국가 주요 13대 수출품목 순위에서 반도체·일반기계·석유화학에 이은 4위에 올랐다. 이는 2017년 대비 두 계단 높아진 것으로, 이 과정에서 자동차와 선박류를 제쳤다.

석유협회는 정유사들이 원유 수입액의 55% 이상을 수출로 회수하고 있으며, 지역별로는 중국·대만·일본·호주·싱가포르 순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만의 경우 국영 정유사 CPC 디젤생산시설 화재 등으로 경유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경유 수출이 55% 급증한 영향을 받았다.

제품별로는 경유가 전체의 38%(1억8505만배럴)로 가장 많았으며, 항공유·휘발유·나프타·벙커C유가 뒤를 이었다. 이 중 벙커C유는 중국 정부가 오염물질 배출통제 해역을 올해부터 전체 연안으로 확장하기로 하면서 수출량이 상승, 아스팔트를 제치고 4위에 등극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말 국제유가와 휘발유 마진이 급락해 수출여건이 악화됐지만, 글로벌 경유 및 벙커C유 수요 확대로 수출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세계 경제성장률 하락 △중국과 베트남 등지의 정제설비 증설로 인한 석유제품 공급증가 △수출단가 약세 등의 영향으로 수출환경은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내년에 시행될 선박연료유 황함량 규제를 적극 활용해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확대 등 수출 체질을 개선,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