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신뢰도 높이고, 브랜드 파워 강화해 시장 재편 적극 대응

“위협을 비켜갈 수 있는 우회로는 없다. 오직 우리의 실력을 키워 넘어서야 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은 14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현대·기아자동차 해외법인장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열린 해외법인장 회의는 매년 7월과 12월 두 차례 열리는 행사로 시장 동향과 마케팅 전략 등을 점검한다. 이날 회의에는 세계 각국의 해외법인장 60여명이 모두 참석했다.

정 회장은 회의에서 “3대 위협 요인을 비켜갈 수 있는 우회로는 없다”며 “스스로 실력을 키워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우선 “글로벌 생산 규모에 걸맞은 품질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이라며 "제품 개발과 설계 단계부터 품질 점검에 주력하고, 품질 교육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정 회장은 또 “현지 소비자에 특화된 제품 개발과 고객 중심의 서비스 및 마케팅 전략 수립에 주력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통해 고객 신뢰도를 높이고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 시장 재편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협력업체와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부품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지역별 판매 네트워크 관리에도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정 회장이 위협 요인들을 직접 열거면서 위기의식을 강조한 것은 그만큼 경영 환경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213만대 정도로 위축됐던 전 세계 완성차 수요는 이후 지속해서 증가해 지난해 8106만대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는 이보다 3.6% 늘어난 8400만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도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작년 상반기보다 5.4% 증가한 404만3415대를 팔았다.

외견상으로는 견실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지난 1분기 8.3%로 작년 1분기에 비해 0.2%포인트가 오히려 감소했고 엔저 수혜를 받는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북미 시장 등에서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을 빼앗아 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 현대·기아차가 전략적으로 개척하고 있는 신흥국 수요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정정불안 등 영향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완성차 판매증가율을 보면 러시아(-5.6%) 브라질(-5.1%) 인도(-3.0%) 등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대도시 자동차 구매제한조치가 확대시행되고 있고 유럽 주요국도 경기회복세가 제약받는 등 하반기 세계 자동차 시장에 부정적 영향요인이 산재해 있어 상황을 낙관하긴 어렵다”며 “내수시장 역시 소비심리 위축, 임단협 과정에서의 생산차질 가능성 등으로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