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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문화예술 마케팅은 경영학의 세부 전공인 마케팅에서 분화했다. 일반 마케팅의 발전 과정에서도 숱한 이론과 학설이 나타났듯이, 문화예술 마케팅의 개념이 제안된 이후 이에 대한 다양한 학설과 쟁점이 등장했다.
학계와 실무계에서는 논쟁을 거듭하고 있지만 문화예술 마케팅의 주요 쟁점들은 아직도 보편적인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이다. 임연철의 '문화예술 홍보론'(2007)을 참고해, 문화예술 마케팅의 핵심 쟁점 3가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마케팅의 지향점에 대한 논란이다. 예술을 지향할 것인지 시장을 지향할 것인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관련되는 문제이다.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작품을 변경하는 행위가 예술가로서 부도덕한 태도라고 생각하는 문화예술인들이 많다.
그들은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경영 성과를 추구하다 보면 결국 예술성의 타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경영 성과를 도외시한 채 예술성만 추구하기도 어려운 법이다. 지난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국공립 문화예술기관들이 법인화되면서 기관장들은 경영 성과에 대한 평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만 좋으면 관객은 저절로 모이게 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이 예술의 순수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하는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대표도 여전히 존재한다. 마케팅 전문가 로버트 켈리(Robert Kelly)는 1991년 8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회 국제예술경영회의에서, 그런 대표들을 가리켜 '공연예술 마케팅의 내부의 적'이라고 지칭했다.
결국 시장 지향적인 마케팅 활동은 예술의 순수성을 지향하는 견해들과 대립할 수밖에 없다. 예술 중심이냐 시장 중심이냐의 논쟁은 문화예술 마케팅이 기존의 마케팅 개념과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지향점이 어디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문화예술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는 방법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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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기관인 ‘예술의전당’ 전경. |
둘째, 문화예술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쟁점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후천적인 교육은 어떤 개인이 문화예술을 향유(享有)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지난 1986년,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문화예술에 대한 사회적 교육과 체험을 종합한 다음 '문화자본'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돈이나 땅 같은 것이 본래의 자본에 해당되지만, 부자들의 문화적 취향도 상속된다는 취지에서 문화도 자본의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던 셈이다.
예컨대, 어릴 때 문화예술 교육을 받은 학생의 경험은 그가 성인이 되었을 때 문화예술의 소비 활동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따라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학교 밖에서 문화예술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어떤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문화자본을 확산하려면 어릴 때부터 문화예술작품에 대해 친숙하게 다가가게 하고, 감상 능력을 높여주는 동시에, 문화예술작품의 배경과 역사에 대한 지식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는 문화예술 소비자들(고객)이 문화예술작품에 접근하기를 꺼려하는 장벽을 제거하고 미래의 고객을 개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자녀들에게 문화예술 교육을 왜 해야 하는지를 알리고 그 중요성을 환기하는 마케팅 활동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사람들이 문화예술 교육에 더 많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셋째, 문화예술 마케팅의 복합성 개념에 대한 논란이다. 일반 기업에서는 영리 추구에 필요한 판매 촉진을 위해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지만,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는 문화예술작품의 가치를 실현하고 확산하기 위해 마케팅 활동을 전개한다.
문화예술 마케팅의 목적은 고객들이 원하는 작품을 창작해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데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문화예술작품을 통해 예술가의 창작 의도를 더 많은 관객이나 관람객에게 전달하고 그 의미를 공유하는 데에 있다.
이처럼 문화예술 마케팅에서는 일반 마케팅에 비해 훨씬 더 복합적인 가치를 지향한다는 점이 복합성 개념의 핵심이다. 문화예술 마케팅을 일반 마케팅과 비교했을 때, 접근 방법도 다르고 고려 사항도 많은 복합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일반 기업에서는 경제적 타당성이 있어 보일 때 비로소 사업에 착수한다. 그러나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는 경제적 성공 여부가 불확실해도 문화예술작품의 가치를 믿고 공연이나 전시를 시도할 수 있다.
문화예술 경영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문화예술 마케팅을 전개하려면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 문화예술작품을 감상할 대상인 관객층을 자체적으로 찾아내는 동시에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 스스로가 제한된 규모의 문화예술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관객이나 관람객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에서, 문화예술 마케팅은 복합적인 특성을 띨 수밖에 없다.
예술을 지향해야 옳은 것인지 시장을 지향하면 그른 것인지, 문화예술 교육을 누구에게 어떤 프로그램을 적용해 어떻게 실시해야 효과적일 것인지, 복합적인 가치를 얼마나 고려해야 예술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게 할 것인지, 핵심 쟁점 3가지는 문화예술 마케터들이 풀어야 할 당면 과제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김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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