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가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지자체들이 신청한 예비타당성(줄여서 예타’) 조사 면제 사업을 최종 선정해 발표한다.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경제투어에 맞춰 예타 면제 사업이 예고된 바 있고, 특히 지난 10일 문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과 대전 방문에서도 광역지자체별 1에 대한 예타 조사 면제를 약속한 것에 따른 조치이다. 

하지만 국가재정법에서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에 한해 예타를 면제하도록 한 것을 오직 지역균형발전 한가지 조건에 맞춰 대상 사업을 발표한다고 하니 경제성이 없는 사업이 무더기로 허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재정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의 경제성을 미리 검토하는 것으로 혈세를 투입해서 지었는데 사업성이 없어 수익이 나지 않으니 다시 혈세를 투입해서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되는 폐단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가령 지하철, 도로, 철도 등 대규모 토목공사의 경우 잘못 건설할 경우 통행료 수입보다 유지비가 더 많이 드는 적자에 빠지게 된다. 

김대중 정부인 1999년에 도입된 예타는 국가재정이 300억원 이상 투입되는 건설정보화 사업의 경제성을 따지는 제도로 기재부 운용지침에 따르면 예산낭비 방지,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1순위로 해야 하는 이 예타의 1순위 목적이다. 

그리고 국가재정법에서 지역균형발전과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은 예타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타 면제 사업과 관련해서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울산경남을 방문해 울산외곽순환 고속도로와 남부내륙철도와 대전에서 도시철도 2호선 트램과 세종-청주 고속도로를 언급한 바 있다. 또 이낙연 국무총리도 전북 익산에서 새만금 신공항 건설, 상용차 혁신성장 구축사업 등에 예타 면제가 적용될 것을 시사했다. 

현재 정부가 내세운 조건이라면 서울경기지역 지자체들의 숙원사업인 서울시의 동부간선도로 확장, 인천시의 GTX B노선 건설, 경기도 신분당선 수원 광교~호매실 연장 사업 등은 빠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29일 발표하는 사업은 예타없이 조기 착공하게 되는 것으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지자체별로 1건씩 선정하면 최소 20조원에서 최대 42조원의 예타 면제가 이뤄질 것이라며 혈세낭비 논란을 우려했다. 

이미 지자체들은 61조원이 넘는 33개 사업에 예타를 면제해 달라고 신청한 상태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이미 30조원 규모의 예타를 면제했고, 이번 발표에 따라 최대 42조원이 더해지면 문재인 정부의 예타 면제 규모는 이명박정부 때인 60조원을 뛰어넘어 역대 최대 규모가 된다. 

1999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된 예타 면제 사업을 살펴봐도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한 사업은 전체 사업(690) 327(47.4%)에 그쳤다는 결과가 있는 만큼 특히 지자체가 선정한 사업은 경제성을 더욱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 

예타를 면제할 때에도 엄격한 요건을 거치도록 하고 있는데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지자체별 1건씩 추진한다니 선심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정부의 발표를 앞두고 지난 지방선거를 석권한 여당 출신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업적 쌓아주기라거나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노린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난마저 나오는 이유이다. 

지금 여권은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형토목사업을 비난하면서 '우리 정부는 그런 토목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해왔다. 그랬던 정부여당이 대규모 토목사업을 예타없이 승인하겠다고 앞장서고 있으니 인위적인 경기부양이 불러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경제성을 따지지 않고 지역발전균형에만 맞춰서 예타 면제를 발표한다면 '문재인정부도 공정경제를 무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노영민 비서실장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청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