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참여 무산에 2월 대정부투쟁 가시화…정부가 설계한 사회적대화 청사진 깨져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문재인이 책임져라! 경사노위 참가 말고 투쟁하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28일 열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정부의 노동정책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이날 전국대의원대회 현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지라'는 격한 투쟁구호가 난무하는 가운데 경사노위 참여 결정이 무산됐다.

이번 무산으로 정부가 설계한 사회적대화기구의 청사진이 깨지고 민노총의 2월 대정부투쟁 집회가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커지고 있다.

또한 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무산과 관련해 한국노총도 31일 열릴 경사노위 회의에 불참을 선언하고 나서 사회적대화 곳곳에 암초가 도사린 형국이다.

민노총은 앞서 지난달 8일 홈페이지에 올해 총 4번 총파업하겠다는 내용의 2019년 사업계획 초안을 공개한 바 있다.

민노총은 사업계획 초안에서 올해 2월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를 시작으로 4월 ILO 협약 비준, 6월 최저임금 1만원, 11월 촛불집회 3주년 기념 등 여러 명분을 내걸고 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민노총은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면담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반대·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전교조 합법화·공무원노조 해직자 복직·광주형 일자리 철회·제주영리병원 허가 취소까지 요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양대노총 위원장을 초청한 자리에서 "경사노위라는 틀이 마련되었으니 적극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지만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요구사항을 바로잡지 않고 들어오라는 건 무리하다"고 반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신년사에서도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유포하는 정부와 관련 제도를 개악하려는 모든 시도에 맞서 단호히 투쟁하겠다"며 "촛불항쟁 계승자임을 자임한 문재인 정부는 방향을 바꾸려 한다. 정부를 믿지도, 의지하지도 않는다. 올해 우리는 기꺼이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1월25일 청와대 본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면담에 앞서 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청와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부족한대로 예정된 일정에 맞춰 (경사노위를) 나가겠다"며 "사회적대화와 타협은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 자체를 거부해서는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며 "노동이 존중되고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민주노총의 대승적 결단을 다시 부탁드린다. 민노총의 재고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여야는 이번 불참 결정에 대해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유감을 표하면서 "계속해서 대화를 통해 민노총 참여를 설득해나가겠다"고 언급했고,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 리더십 부재가 심각하다. 사실상 기득권 세력이 된 민노총이 촛불청구서를 요구하는 것은 집단이기부의로 비친다"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은 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중재력도 무색하게 됐다"고 평했고, 정의당은 정책위원회 명의 논평을 내고 "문재인정부는 지금이라도 수구보수세력에 편승한 '강성노조 프레임'과 친기업적 노동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노총이 연초부터 총파업 횟수와 시기까지 못 박으며 조합원 동참을 호소하는 등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이고 한노총까지 31일 회의에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사노위가 순항할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