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2박3일 일정으로 평양에서 실무협상을 벌이고 귀국한 이후에도 미국 조야에서는 우려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핵리스트 신고로 시작하는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할 가능성을 낮게 본 것이다.

10일(현지시간) 미 의회 전문지 더힐에 따르면,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스 의원은 “1차 정상회담에서 일어난 일을 봤을 때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다”고 우려했다. 공화당의 밋 롬니 상원의원도 “2차 정상회담에 대해 희망사항은 많지만 특별한 기대는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사실 미국은 물론 국내 일각에서도 2차 북미정상회담을 낙관하지 못하는 것은 아직까지 북미 실무협상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건 대표가 1년만에 북측의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대미특별대표를 만난 것은 다행이지만 본격적으로 협상 트랙에 올랐다고 볼 수 없다. 

비건 대표는 서울로 돌아와 기자들 앞에서 “북한과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있다”고 밝혔다. 물론 “매우 생산적인 대화였다”고 덧붙였지만 그는 평양에 머물면서 북한과 미국이 서로 무엇을 요구하는지 대화하는데 집중했다고 털어놓았다.

비건 대표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이후 청와대는 “이번 북미 실무협상은 무엇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서로 주고받는 협상이라기보다 북미 간 구체적인 입장과 서로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빠짐없이 터놓고 이야기하는 기회였다”고 전했다.

즉 북미 간 진짜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될 전망으로 다음주에 ‘비건-김혁철’의 추가 담판이 있기까지 북미는 치열한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까지 2주 남짓 남은 상황에서 북미 정상이 진짜 원하고 있는 합의안을 손에 쥐지 못한채 마주앉을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지난 1차 북미 정상회담 때 성김 주 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실무협상이 정상회담 전날 밤까지 이어질 정도로 난조를 겪었고, 다음날 양 정상이 마주앉았지만 알맹이 없는 공동선언이 나왔다.

만약 이번에도 실무협상에서 진전을 보지 못할 경우 북미 정상이 다시 마주앉더라도 탑다운 식 비핵화 담판은 두루뭉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럴 경우 만남 자체로도 역사적이라는 평가가 있었던 1차 북미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에는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다.  

외교가에서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에 벌일 두 번째 핵 담판이 ‘빅딜’일지 ‘스몰딜’일지 주시하고 있다. 그 기준은 ‘비핵화 로드맵’의 도출 여부에 달렸다. 

북한의 상징적인 핵시설인 영변 핵단지 폐기 및 검증 가능성도 언급했던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에 비핵화 시간표까지 제시할 경우 종전선언 등 미국의 상응조치가 구체화되어도 좋을 ‘빅딜’로 환영받을 수가 있다. 

하지만 만약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일부 또는 전체를 폐기하는 선에서 미국의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 등이 맞교환되는 ‘스몰딜’로 끝난다면 비핵화에서는 아무런 성과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협상은 크게 신뢰를 잃고 동력마저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이끄는 협상팀이 워싱턴을 방문해 백악관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 비건 대표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 앞에 마주앉으면서 시작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겨우 '핵동결 합의'로 끝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19일 백악관에서 북한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과 면담하는 모습. 사진에서 트럼프 대통령 정면에 김영철 부위원장과 그 오른편으로 박철 전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참사관, 김성혜 통전부 실장, 김혁철 전 초대 스페인대사이다./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