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국회 방미단과 함께 미국을 방문 중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1일(현지시간) “남북관계, 미북관계, 미북협상 등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의 면담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는 주한미군 철수, 유엔사 해체 등에 대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켜 한미동맹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이처럼 전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자당 소속 강석호·김재경·백승주 의원과 함께 방미단과는 별도로 콜린 파월 전 미 국무부 장관, 월레스 그렉슨 전 미국 국방부 동아태 차관보 등도 만났다.

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종전선언 등이 논의되는 분위기에 국민들이 심각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파월 전 장관은 “한국전쟁 종전선언은 유엔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라며 “종전선언을 통해서 얻을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며, 북한은 과거 냉각탑을 폭파했지만 금방 핵 개발 프로그램을 복구하고, 미국이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삭제했지만, 소득이 없었다”고 언급했다.

또 “북한은 정권이 위험에 빠질 수 있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위협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불리한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에 한국을 더욱 강화시키는 등 새로운 접근을 통해 북한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면서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그렉슨 전 차관보와 북한 비핵화 가능성이나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적 노력,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전망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그렉슨 전 차관보는 “완전한 비핵화와 비무장 지대에서 실질적 변화 없는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전(propaganda)에 불과하고, 만약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국, 일본의 핵무장 추진 가능성이 높아지는 심각한 정치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미회담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협상에서 미국 보다 우월(outplay)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국내정치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정상회담에서 북한에게 양보만 하고 북한이 신뢰할만한 입장을 밝힐 수 있을지도 의문시되어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미국을 방문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콜린 파월 전 미 국무부 장관을 만나 면담했다./자유한국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