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측에서 처음으로 대북 경제제재 완화를 언급했다. 앞서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2박3일 일정으로 평양을 다녀온 이후 미국의 입장이 나온 것으로 북한이 가장 바라는 ‘당근’을 제시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동‧북유럽을 순방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미 CBS 인터뷰에서 “제재를 완화하는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전적인 의도”라며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무엇보다 제재 완화를 바라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선 비핵화’ 조치 없이는 제재 완화도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에 대폭 입장을 유연하게 바꾼 것으로 보인다. 즉 제재 완화도 가능하니 비핵화 조치에서 통 큰 결단을 내리라며 북한으로 공을 넘긴 셈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스탠퍼드대학 강연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동시적‧병행적 비핵화’를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이 모든 것을 다 할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의 정책이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미국이 북한에 해줄 수 있는 제재 완화로는 우선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와 함께 이와 맞물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대한 일부 해제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단을 만난 비건 대표는 한국측에서 “북한이 원하는 미국의 상응조치와 관련해 대북제재 완화와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설치,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 4가지를 언급하자 “정확히 짚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럴 경우 북한이 제시할 비핵화 조치는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플러스 알파(+α)’가 되어야 한다. 현재 ‘+α’와 관련해서는 ‘북한의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의 포괄적 신고’가 관측되는데 여기에 핵리스트 신고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이 포함될지 주목된다.

이 밖에 비핵화 협상에 오를 북한의 카드는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의 폐기 및 검증, 영변 핵실험장 폐기 및 검증, 모든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에 비핵화 시간표 제출이다. 미국의 카드는 대북 인도적 지원,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 개성공단 재개 및 금강산관광 재개 용인,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대북 원유수출 제한선 높이기, 유엔 안보리 제재 해제 등이다.

미국의 제재 완화 언급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북미 간 상응조치를 단계별로 하되 전체적인 로드맵 도출에 대한 기대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각 합의사항에 대한 ‘진짜 진전’을 이루는 게 목표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가능한 한 멀리 가고 싶다”고 말한 것도 이런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을 2주 남짓 남겨 놓은 상황에서 비건 대표의 말처럼 난제를 모두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제재 완화만 놓고 보더라도 북미 간 접점을 찾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비건 대표는 “시간이 넉넉지 않다. 정상회담 이후에도 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폼에이오 장관은 제재 완화를 언급하면서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협상 구호인 ‘신뢰하라 그러나 검증하라’를 들어 북한의 약속 준수를 압박했다. 지난 수년간 미국은 북한과 협상을 해왔지만, 우리가 한 것은 확인도 안 하고 무턱대고 물건을 사는 일이었다”라며 전임 정권들의 대북협상 실패 사례를 언급해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과의 협상은 다를 것임을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미국의 실무팀이 이르면 이번주말 베트남 하노이로 파견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다음주부터 시작될 북미 간 실무협상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된 북한과 미국의 의제 조율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진전’을 이룰지 ‘빈손 회담’으로 끝날지 좌우될 전망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악수한고 기념촬영한 뒤 회담장으로 입장하고 있다./싱가포르 통신정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