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어쩌다, 결혼' 측이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며 활동을 중단한 최일화의 출연분을 통편집하지 못하고 개봉하는 속사정을 공개했다.

영화 '어쩌다, 결혼' 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는 18일 오후 "'어쩌다, 결혼'은 2017년 9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촬영된 저예산 영화다. 당시에는 최일화 씨의 미투 문제가 전혀 대두되지 않은 시기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러다가 2018년 초에 최일화 씨가 미투 당사자로 배우 활동을 중단하는 발표가 있었다. 제작진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결과적으로 해당 배우의 출연 분량을 완전히 편집하거나 재촬영하지 못한 채 개봉하게 된 점 진심으로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일화는 같은 극단에서 활동한 연극배우 A씨가 과거 연기 지도를 받던 중 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최일화는 지난해 2월 "당사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며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직 사의를 표명하고 활동을 중단했다.


   
▲ 사진='어쩌다, 결혼' 포스터, DSP엔터테인먼트


'어쩌다, 결혼' 측은 "제작진은 할 수 있는 선까지 최일화 씨 분량을 최대한 편집했다"면서 "그러나 해당 인물이 맡은 역할이 주인공의 아버지인 만큼 이야기 전개에 지장을 주는 장면까지는 편집하지 못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사의 결정으로 상처 받았을 모든 분들에게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어쩌다, 결혼'은 저예산 및 다양성 영화 육성을 목적으로 기획됐으며, 충무로의 신인 감독과 신인 배우들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다. 함께 뜻을 모은 상업영화 스태프들과 중견 배우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영화에 참여했다.

이에 '어쩌다, 결혼' 측은 "'어쩌다, 결혼' 개봉으로 인한 최일화 씨 미투 피해자 분들의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여러 차례 모색해봤지만, 재촬영 이외에 뚜렷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재촬영을 위해 스태프, 출연진을 다시 모이게 만드는 것은 제작 여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재촬영을 하기에는 스태프, 배우들의 스케줄이 여의치 않았을 뿐 아니라 순제작비 4억 원으로 제작된 저예산 영화의 특성상 제작비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해 다시 촬영을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본 영화는 애초 2018년 봄 개봉을 목표로 제작됐으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개봉을 두 차례 연기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박수진, 박호찬 감독을 비롯해 많은 신인 배우들은 자신들의 영화를 소개할 기회를 잃었다. 신인 감독과 배우 발굴을 위해 시작된 영화의 취지를 살리고 영화에 뜻을 함께하며 동참해주신 분들을 위해서 제작사는 더 이상 개봉을 연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최일화 씨의 복귀나 활동 재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이미 미투 사건 이전에 촬영해둔 영화를 1년이 지나 개봉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양해를 구했다.

마지막으로 '어쩌다, 결혼' 측은 "영화의 모든 제작진과 관계자는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 미투 운동은 계속되어야 하고, 변함없이 지지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어쩌다, 결혼'은 자유를 얻기 위해 결혼을 계획하는 성석(김동욱)과 자기 인생을 찾기 위해 결혼을 선택한 해주(고성희)가 서로의 목적 달성을 위해 3년만 결혼하는 척, 같이 사는 척 하기로 계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오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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