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코스닥벤처펀드가 출시 1년을 맞아가지만 여전히 저조한 수익률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잃고 있다. 국내 증시 훈풍에도 불구하고 수익률 회복이 더뎌 문재인 정부 금융정책의 ‘실패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벤처펀드가의 수익률 회복세가 여전히 더디다. 지난 24일 기준 펀드평가사 KG제로인의 자료를 보면 공모형 12개 코스닥벤처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7.3%수준이다. 

   
▲ 사진=연합뉴스


이는 올해 코스닥지수 상승률 10.0%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코스닥벤처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큰 KTB코스닥벤처 역시 수익률 7.2%에 머물렀다(설정액 3200억원). 그나마 삼성 코스닥벤처플러스의 수익률이 11.0%를 기록해 12개 펀드 중 1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코스닥벤처펀드의 출시 시점인 작년 4월부터로 기간을 확대해 보면 평균 수익률은 -7.5%로 뚝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12개 펀드 중에서 양(+)의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에셋원 공모주코스닥벤처기업(3.7%) 하나밖에 없다. 두 자릿수 이상 손실을 내는 상품도 5개나 된다. 이들 투자자는 정부의 호언장담을 믿고 투자를 했다가 되려 낭패를 본 셈이 돼버렸다.

문재인 정부는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표방하며 정책 상품인 코스닥벤처펀드를 야심차게 내놨다. 자산의 절반 이상을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벗어난 지 7년 이내인 기업, 신규 상장 기업의 주식 공모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투자자가 3년간 펀드를 유지하면 투자금의 10%(최대 300만 원)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한다.

펀드수익률과 소득공제를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이점은 발 빠른 투자자들을 끌어당겼다. 펀드 판매가 시작된 뒤 약 3개월간 공‧사모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물경 3조원이 넘었다. 그러나 공모형만 따져도 8000억원에 육박했던 코스닥벤처펀드 설정액은 지수 하락, 잇따른 손실 발생, 소비자 인식 악화 등으로 최근 68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초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하락세를 경험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외인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면서 지수 반등세가 나타났는데도 벤처펀드의 수익률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자연히 코스닥벤처펀드의 포트폴리오 자체에 기인한 문제가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주, 엔터주, IT주 등에 높은 비중을 부여한 것이 오히려 패착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 문제를 운용사들에게만 전가하기에는 정부가 지정한 ‘레시피’ 자체에 한계가 내재돼 있었다는 비판도 터져 나온다. 정부가 부여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라는 명분이 현실 투자시장에선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코스닥벤처펀드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설정 6개월 이내에 벤처기업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여야 하는데, 단기간에 3조원이 넘는 돈이 몰려 들어오자 일부 벤처기업들의 주가는 기업가치보다 훨씬 높게 급등했고, 결과적으로 정부가 주도한 거품이 생성됐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 가치와 관계없이 단행된 정부의 ‘묻지마’식 코스닥 살리기가 너무 빨리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게 업계 중론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현재 주식시장 회복은 코스닥보다는 코스피 위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코스닥벤처펀드는 의욕만 앞세운 정부가 아마추어적인 정책을 선보인 사례로 기록될 확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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