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역전세(전세 계약 할 때에 비해 만기 시 전세값이 하락한 상태) 위험지대’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전셋값이 내려가면서 보증금을 반환을 앞둔 세입자와 자금 융통하려는 집주인 간 분쟁도 심심찮게 관찰되고 있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은 2년 전인 2017년 2월 8억4000만원에서 이달 7억원까지 빠졌다. 지난달 호가(부르는 값) 13억원을 기록한 반포자이 84㎡의 경우 지난주까지 4주동안 전세 가격이 8000만원 떨어졌다.

이달 1957가구 규모의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입주 폭탄에 인근 개포현대2차아파트 84㎡ 전셋값은 2000만~5000만원까지 내렸다. 개포동 소재 G중개업소 관계자는 "개포주공 2단지 재건축 입주와 동시에 가격이 하락했다“며 ”역세권에서 조금 떨어진 곳은 더 싸게 매입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강남권 대규모 입주에서 시작된 전세 가격 하락세는 강동(-0.26%)을 넘어 광진(-0.25%), 중구(-0.24%) 일대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물량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강동구도 전세 물량이 쌓여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17년 입주한 고덕동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3658가구)' 84㎡의 전세 보증금은 지난달 5억2000만~6억5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이달에는 5억원 및으로 1억원 가량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6억1000만원에 거래된 암사동 '강동 롯데캐슬 퍼스트' 84㎡는 이달 들어 4억5000만~5억6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전셋값 하락은 집주인에게는 자금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가령 전셋값이 4억원에서 3억원으로 떨어지면 집주인은 1억원의 자금을 더 마련해야 한다. 이전 전세금과의 차액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세입자에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깡통전세’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전세가격이 떨어지면 투자금과 대출 부담 또한 높아지므로 매매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역전세난이 현실화되면서 전세금 반환을 둘러싼 세입자와 집주인 간 분쟁도 꾸준히 늘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산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올 1월 조정 신청건수는 총 260건으로 전년 대비 12.6% 증가했다. 

특히 서울 지역의 주택보증금반환 분쟁 증가세가 높다. 지난해 1월 조정위원회 서울지부로 접수된 보증금반환 분쟁 비중은 62%(44건)였던 데 비해, 올 1월 그 비중이 76%로 늘었다. 서울에서 전세보증금을 만기에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처럼 역전세난이 우려되는 지역에서는 물량 폭탄으로 집값·전셋값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서울 입주 물량 대부분이 강동구로 집중돼 전셋값 하락은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과거 입주 물량 증가에 따른 사례를 비춰볼 때 역전세난 장기화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최근 헬리오시티발 전세난도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는데다 인접 지역의 이주 수요가 높아질 경우 시세가 단기간에 회복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조 본부장은 “10년 전 잠실의 재건축 단지라던가 신도시들이 입주할 때도 역전세난 현상은 있어왔다”며 “만약 5억원의 자금으로 강남 입성이 가능하다면 강북 또는 외곽 지역에서 수요가 생기기 마련이고 역전세난 해소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입주가 몰린 지역은 단기적으로 전세금이 떨어질 수 있지만 최근 헬리오시티발 전세난도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어 주변 지역도 역전세난이 회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