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증권사들이 비대면 계좌개설을 유도하면서 ‘수수료 0원’을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으로 신용거래에 나설 경우 상당히 높은 이자율이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이를 두고 ‘폭리’라 비판하기엔 지나치다는 업계의 반론도 함께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도입된 증권사 ‘비대면’ 계좌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투자자들로선 집에서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는 편리함이 매력적이다. 증권사들 또한 영업점 인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 

   
▲ 사진=연합뉴스


도입 3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증권사 신규 계좌 개설시 ‘비대면 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수준으로 폭증했다. 전체 활동 계좌 가운데서도 약 30%는 비대면 계좌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 증권사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비대면 계좌에는 주식거래 수수료를 물리지고 있는 점도 인기 비결로 작용하고 있다. 

비대면 계좌가 소비자에게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신용거래의 측면을 보면 영업점 대면계좌에 비해 이자율이 높다. 대신증권의 경우 30~59일 기간의 신용거래 이자율이 영업점의 경우 7%(1그룹 기준) 수준이지만 비대면계좌는 11%까지 올라가 4%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도 12% 수준의 이자율을 비대면에 적용 중이다. 대면에 비해 3%포인트 정도가 높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비대면에 1.8~3.0%포인트 정도 높은 이자율을 적용한다.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 여타 3개 대형 증권사는 영업점과 비대면계좌 이자율 차이가 1.5%포인트 정도 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증권사들의 신용거래 이자율은 국내 제2금융권, 그러니까 저축은행의 이자율 수준에 부합한다. 주식거래의 경우 주식 자체가 담보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자율이 너무 높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올 법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증권사들이 ‘폭리’를 취한다고 보는 것에는 의견이 갈린다. 우선 해당 이자율이 빚을 내서 투자하는 신용거래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대방(고객)을 한 번도 만나지 않고 하는 거래인만큼 불확실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면서 “비대면 신용거래의 경우 그 불확실성에 대한 대가가 지불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각 증권사마다 이자율이 다르게 적용되는 만큼 그 안에서 고객유치 경쟁이 새롭게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수수료 ‘0원’이 업계 새로운 룰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신용거래를 할 정도로 주식투자에 능동적인 투자자들의 경우라면 이자율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결국 이자율이 점차 평준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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