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청년층 노동시장 진입 가로막는 '만리장성'
해외 사례 들어 노동시장 유연화 촉구…"응, 안들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저성과자라서 '쉬운 업무'로 돌렸더니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해고하기가 힘들다. 해고를 해도 법원에 가면 소송에서 지는 판이니 아예 사람 뽑는걸 제고하거나 더욱 신중한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다."

지난 1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중소기업 관계자는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의 사례를 들어 이같이 말했다.

이처럼 근로자의 생계비를 보장하는 최저임금과 해고를 어렵게 만드는 요건은 근로자를 보호하는 방패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계층의 취업을 막고 저숙련 근로자의 실업도 야기하는 '사다리 걷어차기'로 작용하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정부 최종안을 발표했으며, 지난달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의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 제4조 제1항은 최저임금과 관련해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번 개정안은 그간 재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불거진 최저임금 차등화 근거가 담긴 것으로, 통과될 경우 지역별 차등화도 도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해외에서는 벨기에(경력 및 연령)·호주(직종)·일본(지역·산업별 격차) 등이 차등화된 최저임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위시한 노동계는 이같은 제도가 최저임금의 취지인 생계비 보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그만큼의 노동생산성을 내기 어려운 근로자들을 시장에서 축출하며, 최저임금이 높아질 경우 이같은 현상이 심화된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자영업을 비롯한 산업계의 부담을 가중시켜 비정규직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게 만들었다. 생계비 확보가 더욱 어렵게 되면서 '저녁은 있는데 저녁밥을 먹기는 힘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임금은 시장에서 사용자가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사업자가 근무 강도 및 복지 등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임금을 설정한다면 노동시장에서 외면 당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합리적' 조건을 제시하게 되기 때문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일은 많은데 사업자들이 전체적으로 낮은 임금을 지불하고 있다면 그 분야에 다른 근로자들이 몰렸다는 것으로,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이로울 수 있다는 시장의 정보를 포착할 수 있다. 이같은 자유시장경제를 실현하기 어렵다면 조건에 따른 최저임금 차등화라는 대안책이라도 정치권에서 긍정적으로 검토되기를 기대한다.

   
▲ 27일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최종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간 언론과 학계 등에서도 지속적으로 '하르츠 개혁'을 통해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한 독일과 '영국병'을 치유한 영국 및 프랑스의 예를 들어 노동시장 유연화도 촉구했으나, '쉬운 해고는 평생 비정규직'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달 일명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은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 지수 2019'를 발표했다. 이 지수에서 한국 노사협력 순위는 125개국 가운데 120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7년 113위에서 지난해 116위로 떨어진 데 이어 최하위권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채용·해고 용이성 역시 각각 76위·64위로 하락하면서 외국에서는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 및 적대적 노사문화를 우려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난해 대학·대학원 졸업자 취업률이 2011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언급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는 등 우리 사회를 향한 '쓴소리'에 귀를 닫고 있는 모양세다.

물론 이같은 우려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수많은 근로자가 집으로 돌아가야했고, 그로 인한 트라우마가 오랜기간 우리 사회를 짓눌렀다. 하지만 IMF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외국 기관들은 한국의 노동시장에 대한 걱정을 표했고, 한국이 이를 듣지 않아 '호미로 막을거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현실로 만들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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