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정부가 연말정산의 핵심인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신용카드 혜택을 줄이는 대신 '제로페이'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납세자연맹 등 소비자 단체는 카드 소득공제 축소는 '근로자 증세'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업계 전문가는 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축소한다고 하더라도 제로페이로 결제 판도가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카드 소득공제 혜택이 축소될 경우 연봉 4400만원 이상인 납세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제 53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사진=유튜브 캡처


카드 소득공제 축소 통해 제로페이 부각시키자는 정부

카드 소득공제는 1999년 8월 31일 시행된 개정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에 처음 반영됐다.

현행 조특법에 따르면 올해 연말 카드 소득공제는 종료된다. 조특법 일몰 시기가 도래함에 따라 정부에서도 신용카드 혜택 축소 방안에 대해 논의가 들어갔다.

정부는 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위해 공제율을 낮추거나 공제 한도를 줄이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카드 소득공제는 본인 수입의 25% 이상 혹은 본인 외에 별다른 소득이 없는 가족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그 25% 초과분의 15%에 대해 적용돼왔다. 이는 사실상 연말정산에서  돌려받는 금액 가운데 비중이 제일 큰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카드 소득공제 혜택 축소를 통해 제로페이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제로페이는 40%에 파격적인 소득 공제 혜택이 적용된다. 

현재 소득공제율은 △신용카드 15% △직불카드 30% △현금영수증 30% 순이다. 정부는 신용카드 공제율을 줄이면 상대적으로 소득공제율이 높은 제로페이의 혜택이 부각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로페이를 밀어주기 위해 기존 시장에 있던 민간 플레이어인 카드사들의 손발 묶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당장 카드사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진 않더라도 앞으로도 간편결제에 대한 세제 혜택을 몰아주는 흐름이 지속된다면 체크카드부터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미디어펜


제로페이 활성화 하자고 월급쟁이들 증세?…연봉 4400만원 이상 타격 클 것

일각에선 제로페이 활성화가 월급쟁이들의 증세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며 강한 반발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납세자연맹은 정부의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움직임에 반대하며 서명운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납세자연맹은 근로자에 대한 실질적인 증세인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는 세금이 낭비되지 않고 공동체를 위해 사용된다는 정부 신뢰가 먼저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의 지하경제 비중이 국내총생산 대비 20% 이상으로 주요 선진국의 3배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자영업자의 과표 양성화라는 목적이 거의 달성됐다는 정부의 인식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 업계 관계자는 카드 소득공제 혜택 축소는 큰 사회적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며 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축소한다고 하더라도 제로페이로 결제 판도가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카드 소득공제 혜택 축소를 통해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로 결제 시장을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한 것 같다”며 “해당 방법을 통해선 제로페이 사용확대가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봉 1800만원 이하는 면세, 1800만~4400만원은 영세율에 가까워 카드 소득공제 혜택이 축소 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연봉 4400만원 이상의 납세자 일 것”이라며 “현재 전체적인 소비지출도 떨어진 상황에서 증세까지 연결된다면 사회적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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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현실적 가능성은?…간편결제·신용카드 시장 양분해 지원해야

다만 해당 정책 시행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이란 의견엔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시적 관점에서 보았을 땐 당장 내년인 총선을 앞에두고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센 정책을 강행하진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총선 등을 앞둔 내년 정치 일정표를 본다면 선뜻 카드 소득공제 혜택 축소가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론 카드 소득공제 혜택 폐지·축소 보단 현 제도에서 조금씩 손을 보는 방안으로 정책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카드 소득공제 혜택 축소는 단순히 혜택 축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각종 법안들의 개정이 요구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았을 땐 간편결제 시장 확대를 위해 무조건적인 신용카드 시장 압박보다는 간편결제를 위한 시장과 신용카드를 위한 시장을 양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옳을 것이란 분석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신용카드가 간편결제 대체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신용카드는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등 고가 제품을 구매할 때 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득공제 혜택을 줄여 고액결제 시장이 간편결제로 옮겨오진 않을 것"이라며 "소액결제는 간편결제를 위해, 고액결제는 신용카드를 위해 지원하는 방법으로 이원화해 생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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