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하노이회담의 ‘세가지 진실’, 한미동맹 단속에 경고음
김소정 부장
2019-03-06 18:40

[미디어펜=김소정 기자]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없이 결렬된 이후 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한미 간 불협화음을 화두로 삼았다. 하노이회담장을 박차고 나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평가하면서도 북한의 주장에 가까운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발언들을 콕 짚어 지적하고 있다.


대체로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한 것에 우려를 표하면서 문 대통령의 북미 간 ‘중재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시간) '북한의 핵 제안을 긍정 평가한 문(文), 트럼프와 결별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하노이회담에서 나온) 북한의 영변핵시설 폐기 제안을 ‘불가역적인 단계’라고 긍정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갈라선 것"이라고 했다.


AP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2차 정상회담 결렬로 문 대통령이 ‘김정은이 핵무기 폐기에 진심으로 관심이 있다’고 주장한 것과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에 의문이 든다”고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문 대통령이 중재자로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지만 전문가들은 남북경제협력을 너무 강하게 밀어붙일 경우 한·미 간 불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해외의 여론은 달라진 판세를 읽지 못하는 한국정부의 오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운전대를 맡기면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타진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드디어 핵담판의 방향을 틀어잡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노이회담에서 확인된 것은 첫째, 우리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딜 카드’를 준비한 사실을 전혀 몰랐고 둘째, 트럼프 대통령은 25년간 북한이 합의 파기를 반복해올 때마다 사용한 영변핵시설 카드를 덥석 받을 생각이 없고 셋째, 북한은 종전선언이나 남북경협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결인 경제제재를 해제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하노이회담의 빅딜 문서를 준비했던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을 향해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이를 방증한다. 그는 5일(현지시간) 언론인터뷰에서 “북한이 3개 전임 행정부를 대상으로 썼던 각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먹히지 않아 놀랐다”면서 “만약 그들이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해질 것이다. 경제 제재는 완화되지 않고 실제로 제재가 강화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일본 언론은 하노이회담을 결렬시킨 것은 강경파로 바뀐 폼페이오라고 보도해 ‘선 완전한 비핵화 후 대북제재 해제’라는 미국의 입장에 변함이 없을 전망에 힘을 보탰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하노이회담에서 성공적인 합의가 나올 것으로 예견하고 사전에 준비해둔 ‘신한반도체제’를 그대로 선언해버린 것이다. 문 대통령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협의에 당장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중재자 역할을 아예 내던져버린 것이라는 지적도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앉아 북한의 핵시설은 물론 미사일 프로그램,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전체 대량살상무기(WMD)의 폐기를 요구하는 ‘빅딜’을 제안한 마당에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진전이 북미관계를 견인한다’는 선순환 효과 주장은 더 이상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있다.


그동안 미국은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을 당부하면서도 남북이 추진하는 협력사업마다 사사건건 한미워킹그룹이라는 틀 속에서 점검하고 저지해왔고, 그러는 동안 백악관과 청와대의 카운터파트인 볼턴 보좌관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NSC라인은 몇 달째 ‘먹통’이었다. 하노이회담 직전 성사될 뻔했던 두 사람의 회동도 볼턴이 취소한 것이어서 사실상 미국은 한국을 배제한 채 북한과 빅딜 담판을 벌인 것이라고 봐야 한다.


‘하노이 패닉’에도 문 대통령은 안보실 1‧2차장을 교체하면서 정의용 안보실장을 유임했다. 정 실장의 유임이나 신한반도체제 선언은 미국과 북한을 향한 메시지였다. 회담 결렬에도 비핵화 추진보다 남북경협을 고집하는 남한정부를 지켜보던 북한이 6일 조선신보를 통해 ‘선 비핵화, 후 제재 해제는 조미협상 원칙의 부정’이라고 입장을 고수하고 나섰으니 미국으로서는 ‘노딜’로 얻은 유리한 고지에서 꿈쩍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싱가포르에 이어 하노이에서도 국제사회를 향해 비용 문제를 들어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이런 미국이 향후 한국에 방위비 추가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 국익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훈련도 하지 않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키자고 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만약 미국과 으르릉거리는 핵보유국 북한 아래 70년 동맹국을 잃어버린 남한이 현실이 된다면 한반도 평화체제를 실현시킬 수 있을까.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튿날인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V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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