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3월 들어 12월 결산법인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들이 한진칼과 현대차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등 예년과는 다른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주주행동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월 들어 주요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진행됐거나 임박했다.
특히 올해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현대차, 한진칼 등 대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며 올해의 테마를 ‘주주행동주의’로 만들고 있다. 일반 주주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
 |
|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
한국형 행동주의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는 지난 6일 대한항공 임직원 명의의 한진칼 주식 224만주에 대한 소명을 촉구하는 서신을 한진칼에 발송했다.
서신에서 KCGI는 “대한항공 본사가 주소로 기재된 임직원 2명 및 대한항공 관련 단체명의 주식 224만 1629주(지분율 3.8%)의 존재를 확인했다”면서 “해당 지분의 평가액이 500억원을 넘는데, 자본시장법이나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 또는 동일인 관련자의 지분으로 신고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강성부 펀드의 이번 서신이 한진칼에 대한 사실상의 ‘차명주식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서신 내용 중에는 “조양호 회장의 특수관계인인 대한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한 대한항공 관련단체에 운영자금을 일부라도 출연했다면, 자본시장법상 특수관계인 및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관련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대목이 있다.
이달 말 정기 주총을 앞두고서 KCGI가 이런 서신을 보낸 것은 주총장에서 조 회장의 연임 문제를 놓고 표 대결이 펼쳐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차명주식 의혹 제기는 강성부 펀드 나름의 ‘선거운동’인 셈이다.
한진그룹은 이번 서신에 대해 ”차명주식이 아니며 주식 명의자는 대한항공 직원과 직원 자치조직을 대표해 주식을 관리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를 제기한 것은 강성부 펀드만이 아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직원연대지부와 시민단체는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주주권 행사 시민행동’을 꾸리고 지난 5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역시 주총을 겨냥한 움직임이다.
한진그룹 주총에 대한 긴장감이 제고되는 가운데 오는 22일 주총을 여는 현대차그룹 주변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대표적인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손꼽히는 엘리엇은 올해 초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대규모 배당‧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전달하며 파문을 만들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엘리엇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자 엘리엇은 이달 초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주에게 서신, 프레젠테이션을 보내는 등 세력 만들기를 시작했다.
일련의 흐름은 올해 주총장의 분위기가 예년과는 다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즉, 올해가 주주행동주의의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증시 최대 이슈는 ‘주주참여 확대 및 주주환원 증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총회가 요식행위에서 끝나지 않고 주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원래의 취지대로 진행되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선이 많다. 그러나 과도한 주주행동주의는 경영권 침해로 이어질 요소도 다분하다는 우려가 함께 제기된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은 미국식 주주행동주의로만 재단될 수 없는 독특한 지배구조와 경영방식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 “향후 대주주와 일반 주주간의 관계 재편에 얼마간의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