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한진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이달 들어 최악의 미세먼지로 대한민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잿빛 하늘은 일상이 됐고, 마스크에 의지한 국민들은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지 의문이다. 관계부처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가 대통령의 한 마디가 떨어지자마자 장관들이 마스크를 쓰고 불이나케 현장으로 달려가 사진을 찍었다. 미세먼지저감초치, 공기청정기 보급, 추가경정 등 각종 대책이 난무하지만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기업 관련 정책도 미세먼지 대처와 같이 뒷북을 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3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는 상법개정안과 공정거래법은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영권 방어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규제법안만 도입될 경우 우리 기업들의 근간이 무너질 수도 있다.

경영권을 위협받는 기업은 투자와 연구개발(R&D), 고용 확대에 집중하기 힘들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의 입김이 강해지면 장기적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주로 단기 차익을 노리는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전후를 비교한 조사에서는 기업의 설비투자와 R&D, 고용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세먼지는 우리만 잘 한다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중국은 자신들 탓이 아니라고 우기고 있지만 많은 연구가 미세먼지 상당량이 서해를 넘어오고 있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경제, 외교 등 복잡한 문제가 얽힌 만큼 정부가 강하게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 11일 오전 서울 서초역 일대가 미세먼지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국내 기업 정책은 다르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미래의 결과를 바꿀 수 있다. 외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광고 문구가 있었다. 미래를 위해 현명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설익은 기업 정책이 불러올 후폭풍은 짐작하기도 어렵다. ‘한쪽의 무조건적 신념’은 정답은 아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오답을 줄이려는 노력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테이블 위의 시뮬레이션과 소리 없는 총성이 오가는 글로벌 시장은 180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기업들은 유독가스가 가득한 트랙에서 방독면을 쓴 채 장거리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는 경고음이 울리고, 경쟁사들은 우리 기업들의 빈틈만 노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숨통을 조일 경우 얼마 후 우리 기업들은 제대로 서 있지 못할 수도 있다.

시장은 냉정하다. 화려한 미사어구 보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대안이 중요하다. 일류 기업이 삼류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지금은 어렵게 쌓은 경쟁력을 지킬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우리의 초일류 기업이 글로벌 하청 업체로 전락하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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