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통일부가 발표한 올해 추진할 주요 과제 중에서 지속가능한 대북정책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항목이 눈에 들어왔다. 해당 기사의 야마(기사의 핵심 주제를 언론계에서 부르는 말)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제재 틀 안에서 사전준비”로 뽑아서 썼지만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보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정책이 많지만 특히 대북정책은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여왔으니 최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 분명해보인다.

그런데 정부부처에서 지속가능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남북 간 벌어졌던 지난 역사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집는 일은 없어야 하는 게 아닐까. 

새로 바뀌는 통일부장관에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이 내정되자마자 과거 SNS에 올린 글 때문에 벌어지는 파문을 지켜보면서 우려가 커지는 이유이다.  

처음 주목받았던 김 후보자의 글은 2015년 3월26일 천안함 폭침 5주년 때 해병대를 찾은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군복 입은 사진과 함께 올린 “정치인들이 군복 입고 쇼나 하고 있다”고 한 것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해병대에서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고 재확인했다. 

김 후보자가 “쇼나 하고 있다”며 “정치하는 분들이 좀 진지해졌으면 좋겠다. 제발 야당이 포지션 전략이라는 허깨비에서 벗어나 국방 현실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비방한 것은 문 대통령의 천안함 관련 발언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5.24조치에 대해서도 2015년 대담집에서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안했다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사과를 받아내느냐”며 5.24조치 해제를 천안함 사건과 연계시켜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그는 “남북관계를 고려해 5.24조치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2015년 8월27일 북한 목함지뢰 도발에 대해서도 SNS에 “(북측 소행이라는) 심증은 가는데 (우리 정부 당국이) 확실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며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지뢰는 압도적으로 남측 구간에 많았다”라는 글을 올렸다. 

과거 게시글들이 논란이 되자 김 후보자는 12일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을 닫았다. 하지만 김 후보자가 국책연구기관장 자격으로 중국에서 유엔사령부 해체를 논의한 사실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김 후보자가 지난 2월 연구원이 작성한 평화협정 시안을 들고 중국 상하이로 출장을 가서 중국 전문가들과 유엔사 해체를 논의한 것으로 평화협정 시안에는 ‘북한의 비핵화가 50% 달성되는 시점에 평화협정을 체결’, ‘평화협정 체결 이후 90일 안에 유엔사령부 해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밖에도 김 후보자는 SNS에서 2016년에는 민주당 추미애 대표에겐 “감염된 좀비”라고 했고,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김종인 전 대표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씹다 버린 껌”에 비유하기도 해 막말 논란도 더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자유한국당은 김 후보자의 지명철회를 주장하며 오는 26일 인사청문회에서 집중포화를 예고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공개 비판한 것을 볼 때 김 후보자에 대한 공세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런데 청문회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래서 통일부가 지속가능한 대북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지이다. 역대정부마다 대북정책은 초당적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고 그 원인은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독선에서 비롯됐다. 의회민주주의에선 야권의 견제를 설득하면서 정책을 추진하는 게 당연한데도 문재인정부도 이런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김 후보자의 글과 발언들은 역사를 왜곡하면서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어서 이번 인사 검증 시스템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정치권에서는 조명균 통일부장관의 교체가 서훈 국정원장과의 의견충돌 때문이었고, 김연철 통일부장관 지명은 추후 서훈 원장을 국가안보실장으로 올려 원톱 체제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말대로라면 정부 내 의견개진이 용납 안된다는 얘기다. 

북한은 여전히 핵개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고, 미국은 제재 유지를 강조하며 장기전을 선언한 가운데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이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가 일차적으로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발언에 달렸다.     

   
▲ 통일부 장관에 내정된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