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비핵화협상 중재자, 촉진자 아니라 당사자돼야
김소정 부장
2019-03-15 16:23

[미디어펜=김소정 기자]“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를 떠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해 자기가 생각하는 빅딜에 대해 설명하고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해달라고 몇 번을 부탁했다. 그런데 이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중재’로 설명해 미국측에서 상당히 불편한 감정을 표시했고, 청와대에서 ‘촉진자’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가 한 말로 ‘한반도 운전자론’으로 시작된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 간 중재 역할이 미국측의 불만을 샀다는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빅딜’을 강조하면서 역할을 당부했으니 이제부터 다른 역할을 해달라는 의미가 된다.

  

사실 북한과 미국은 하노이회담에서 서로에게 패를 다 내보인 상황이고, 남한이 계속 관여할 거라면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또 남한이 미국의 빅딜 카드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중재 역할의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그래서 청와대와 정부는 다시 ‘촉진자’라는 용어를 꺼내들었다.

 

외교부는 촉진자 역할에 대해 “모호한 상태보다는 방향성이 생길 것이고 앞으로 그런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문정인 특보는 “문 대통령이 촉진자 역할을 하려면 미국이 레버리지를 줘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촉진’도 ‘중재’도 현재 남북관계 만큼이나 모호한 말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적극적인 압박과 대화를 견인할 때 남북 정상은 단 한번도 핫라인을 사용한 적이 없다. 미국이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전체를 폐기하는 빅딜을 제안했는데도 문재인정부는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만 외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집권 초기인 지난해부터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관계 진전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면서 남한의 포지션을 ‘중재’로 잡은 것인데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중립을 해야 중재할 수 있는데 우리는 북핵 문제에서 중립할 수 없는 당사자”라고 지적했다. 또 “중재자의 한계는 전략을 공유할 수 없는 데 있고,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하노이회담 빅딜 카드를 미리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가 이제 선택할 것은 북한 핵폐기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인지인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는 남북 간 경제협력이 북미관계를 얼마나 선순환시키는지 보다도 북한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비핵화의 길을 걷는지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북미 사이에서 문재인정부가 중재든 촉진이든 새로운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외교’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정작 북한과 미국은 외교전을 펼치는데 중재자, 촉진자가 ‘신의’와 ‘선의’만 내세운다면 그 역할을 따를 수가 없다. 


북한과 미국의 이익이 일치하는 교집합을 찾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이고, 그런 와중에 대한민국 국익을 놓칠 수 없는 일이다. 문재인정부가 어정쩡한 중재자, 촉진자 역할에서 벗어나야 그런 외교를 펼칠 수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V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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