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채용비리 의혹, 국민 앞에 낱낱이 해명해야
문재인 정부의 표리부동(表裏不同)이 점입가경이다. 

최근 불거진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채용비리 의혹을 보면 이들이 과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며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다. 틈만 나면 이전 정부의 허물을 비난하던 이들은 정권을 잡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낯 뜨거운 이권추구에 매진하고 있다. 시쳇말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전형이다.

   
▲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태는 정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채용비리 사건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 흔히 블랙리스트라고 하면 채용과정에서 특정인을 배제시키는 게 목적이지만 이번 건의 경우는 보다 심각하다. 청와대가 낙점한 ‘낙하산’ 인사에 대해 환경부가 사전에 면접정보를 제공했다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두 말할 것도 없는 채용비리다.

한정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이 메리츠금융지주 상무로 전직한 과정에도 이상한 점들이 너무 많다. 올해 1월 퇴직한 한 전 행정관은 지난 1일자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그런데 단번에 금융지주사 임원직을 꿰찬 30대의 한 전 행정관에게는 금융계 경력이 전무하다. 

기자 출신의 한 전 행정관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후보 대선캠프를 취재하다 선거가 끝난 직후 청와대로 이직했을 때에도 잡음이 많았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느닷없이 금융지주사의 억대 연봉 상무가 됐다. 취업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청춘들 중 과연 몇 명이 이와 같은 ‘파격채용’을 인정해줄지 심히 의문스럽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임기철 전 과학기술평가원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퇴종용을 받았다고 밝혔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임 전 원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장들의 잇따른 중도사퇴에 대해서도 우리는 의혹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그럴듯한 취임사와 함께 권력의 정점에 올랐다. 그러나 취임한지 2년이 채 되기도 전에 불평등한 기회, 불공정한 과정, 불의로 가득 찬 결과가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 이것이 정부가 만들겠다던 ‘나라다운 나라’인가?

국민들의 실망감은 지지층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3월 2주 기준 문재인정부의 지지율은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인 44%까지 떨어졌다.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 현상도 재현돼 최근 급전직하하고 있는 정부의 위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자세를 낮춰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정부의 성의는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다. 이미 국민들은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위협 앞에서도 오히려 국민들 탓을 하고 있는 현 정부의 모습에 경악하고 있다. 정부는 표리부동으로 점철된 스스로의 적폐를 깨고, 하루라도 빨리 일련의 의혹을 낱낱이 규명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