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리더십 지적 나왔지만…교섭단체 연설로 투쟁력 ‘부각’
맞닥뜨린 현안 ‘산더미’…“자칫 투쟁 목소리 분산될 수 있어”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0일 취임 100일 차에 접어들었다. 

초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책도 받았지만, 3개월여가 지나면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다만 국회 안팎으로는 선거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나 청와대를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여야의 극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어 나 원내대표의 어깨도 무거워진 형국이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11일 당내 경선을 통해 선출된 직후부터 굵직한 이슈와 당면해왔다. 특히 취임 4일 차인 15일에는 손학규 바른미래당·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단식 투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를 골자로 하는 여야 5당 합의에 성공했다.

이후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및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드루킹 댓글조작 연루 혐의로 실형 판결이 난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사안이 터져 나오면서 대여 전선도 넓혀졌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출석시킨 국회 운영위원회 이후 도마 위에 올랐다. 2018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한국당의 줄기찬 요구로 소집된 운영위에서는 지금껏 제기된 의혹만 되풀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당시 한 한국당 의원은 “차라리 운영위를 파행시키는 전략을 택했어야 한다”고 푸념했을 정도다.

청와대의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 강행 이후 택한 장외투쟁도 조롱거리가 됐다. 하루 5시간 30분 단위로 단식한 것을 두고 범여권 정당에서는 ‘웰빙’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렇듯 다소 미숙했던 취임 초반부 대여 투쟁법은 국회 국정조사와 청문회 개최, 특별검사 카드 등을 꺼내 들며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이뿐 아니라 당내에서 가동 중인 사안별 특별위원회 체제도 전문성을 지닌 의원들의 목소리를 적시에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됐다. 친박계와 비박계 등 계파가 잔존해 있던 당이 대여 투쟁으로 단결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도 한층 탄력이 붙었다. 그 중에서도 지난 12일 민주당 의원들의 강한 반발을 산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나 원내대표의 투쟁력을 한층 부각했다는 평가다.

같은날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외교, 대북 등 각종 정책에의 비판을 쏟아냈을 뿐 아니라 여권을 ‘좌파독재’로 규정했다. 당시 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문에서는 좌파가 11번, 독재가 7번 언급됐다. 나아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는 발언은 되레 민주당의 자충수로 이어지는 결과까지 만들어냈다.

정치권에서는 나 원내대표의 지금까지의 행보보다는 앞으로의 행보에 더 주목한다. 상승 궤도에 오른 한국당이 더 나아가려면 지금부터의 리더십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장 맞닥뜨리고 있는 패스트트랙 국면이나 정부와 여당발 악재가 하루가 멀다하고 제기되는 상황에서 중심 축을 잡아줄 수 있는 원내지도부의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다. 야권 관계자는 “여러 분야에서 여러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자칫 투쟁의 목소리가 분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세 수위가 높아지면서 나 원내대표도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반민특위’ 발언 등이 되레 여권으로부터의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가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의총에 참석한 의원 103명 중 68표를 얻어 신임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선출됐다./자유한국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