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요구 타당성없다 비판, 국민연금 특정기업 죽이기 무기화 신중해야
글로벌 의결권자문사인 ISS가 한진칼 주총안건과 관련해 한진그룹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의미가 크다. ISS는 한진칼을 공격중인 국내 사모펀드 KCGI가 제안한 안건을 모두 반대한다고 밝혔다.

KCGI는 29일 주총을 앞두고 한진칼을 흔들어대는 요구를 해왔다. 예컨대 사외이사에 김영민 변호사와 서울대 경영대 조재호교수를 선임하라고 압박했다. 등기이사보수 한도를 5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줄이라고 했다. 한진그룹 주력사인 대한항공 주총은 27일 열린다.

ISS는 KCGI제안이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근거도 모자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KCGI가 주장한 7가지 안건에 대해 모두 반대한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ISS는 한진칼 주주들에게 KCGI제안에 모두 반대투표하라고 한 셈이다.

한진칼 조양호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해 주가차익을 노렸던 국내투기자본은 세계적인 의결권자문사로부터 KO패를 당했다.

ISS의 의견표시가 앞으로 다른 국내외기관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진그룹의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국민연금도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ISS가 반대의견을 내자 산하 지배구조연구소를 통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ISS의 영향력을 새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KCGI는 이번 참패를 거울삼아 더 이상 한진칼 지배구조에 대한 위협을 그쳐야 한다. 조양호회장의 오너십을 공격해 재미보려던 것을 중단해야 한다. 누가 주주가치를 상승할지, 누가 주주가치를 훼손할지 여부는 주주들이 더욱 잘 안다.

강성부펀드로 알려진 KCGI는 지난해말부터 한진칼 지분 10.81%를 전격 인수해 조회장공격에 나섰다. 이 펀드는 지난1월 한진그룹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공개하면서 조회장의 퇴진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두명을 임명하라고 했다. ISS는 이같은 KCGI측의 사외이사 제안이 타당성이 없다고 거부했다.

강성부펀드의 속셈은 한진칼의 자산등을 매각하라고 한데서 잘 드러난다. LA윌셔그랜드호텔, 칼호텔네트워크, 와이키키리조트, 송현동 부지등을 처분하라고 압박한 것. 이는 전형적인 투기자본의 수법이다. 월가의 펀드들이 세를 규합해 미국기업들을 공격할 때 고배당과 함께 유휴자산 매각을 단골수법으로 내세운다.

미국 펀드들은 심지어 회사의 장기경쟁력의 토대인 중앙연구소까지 매각하라고 압박한다. 단기차익을 내서 빼먹기위해 중장기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린다. 최고경영자가 투기펀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다른 펀드들과 연합하는 소위 늑대연합군을 형성한다.

   
▲ 글로벌 의결권자문사인 ISS가 국내 사모펀드 KCGI가 제안한 한진칼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 모조리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ISS의 의견은 다른 기관투자자들에게 소중한 지침이 될 것이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일개 투기펀드인 KCGI와 손을 잡고 한진그룹 조회장 경영권 무력화에 나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정권의 기업죽이기 흉기로 악용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정권과 무관하게 중립적으로 운용돼야 한다. 조양호회장(중앙)이 지난해 미국 델타항공과 합작회사를 설립한 후 세러머니를 갖고 있다.

늑대연합군은 해당기업 CEO를 압박하고 공개적인 망신을 주기시작한다. CEO는 울며겨자먹기로 투기펀드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게 미국펀드자본주의 행태들이다. 고배당과 자산매각등을 한 당한 회사는 결국 껍데기로 전락한다. 펀드는 단기차익을 올린후 유유히 빠져나간다. 회사의 중장기경쟁력은 훼손된다.

KCGI는 이를 한국에 수입한 아류에 불과하다. 거창한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속내는 단기차익을 노린 것이다. 한진그룹의 오너인 조회장을 배제한 후 한진칼의 이사회를 장악해 자산매각과 고배당으로 재미를 본 후 빠져나갈 것이다.

한진그룹은 물컵사건이후 국민연금의 경영권간섭사태를 겪으면서 지배구조 개선 및 비전을 내놓았다. 배당성향(당기순익대비 배당금지급 비율)의 50%로 강화, 송현동부지 및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사업성 재검토, 사외이사 확대, 감사위원회 설치, 내부거래위원회 설치방안을 제시했다.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투명성을 높이려는 개선조치다.

항공 운송과 종합물류사업, 호텔레저 등에 집중해 그룹매출을 2023년까지 22조원으로 대폭 높이기로 했다. 영업이익률도 현행 6.1%에서 10%로 상향키로 했다. 수익중시 경영, 주주가치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회장도 한진칼과 대한항공 ㈜한진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 임원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한진칼 투자자들은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경영강화, 수익경영 개혁조치가 긍정적인 점을 중시해야 한다. 한진그룹은 강력한 오너경영과 스피드경영, 조회장의 글로벌항공산업에서의 리더십등이 강점이다. 투기자본의 먹튀성 압박으로는 한진그룹의 경쟁력이 결코 강화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이제 관건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스튜어드십코드)를 표명해왔다.

국민연금은 한진칼의 경우 등기이사가 횡령 배임등으로 손해를 끼쳤을 경우 이사회에서 배척하는 안건을 제출했다. 사실상 조회장을 겨냥한 요구다. 조회장은 문재인정권에서 가혹한 수난을 당하고 있다.

조현민 전 전무의 물컵사건 이후 대다수 부처가 동원돼 한진오너일가를 치도곤을 했다. 조회장과 일가는 각종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거나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과 경찰 관세청은 조회장일가에 대해 10여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사법부가 공권력의 과도한 옥죄기에 제동을 걸은 셈이다.

국민연금의 연금사회주의 논란은 문재인대통령이 촉발했다. 문대통령은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라고 지시했다.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정권이 특정기업 혼내주는 무기로 악용한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국민연금은 정권의 돈이 아니다. 수천만 국민들의 돈이다. 정권이 미운털박힌 기업을 괴롭히고 대주주를 배제하는 데 쓰라고 준 공적 연금이 아니다. 중립적으로 운용돼야 한다. 정권이 국민연금을 특정기업죽이는 무기로 악용하면 직권남용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문재인정부의 연금사회주의폭주를 보면 국민연금이 정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시급함을 실감케 한다.

국민연금이 투기펀드 KCGI와 손잡고 한진칼의 지배구조를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공적연금이 일개 먹튀자본인 사모펀드와 짬짜미해서 조회장의 경영권을 부인하려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다. 공적연금의 중립성포기와 특정기업 죽이는 정권의 무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상장사 주총에서 벌어진 표대결에서 번번히 패배했다. 현대건설 농심 신세계 한미약품 등의 주총에서 사측안건에 반대했지만,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못했다. 11전 11패를 기록했다.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과도하게 대주주경영권을 흔드는 주주권 행사는 지양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기업경영권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중장기 투자수익률을 높이는데 주력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국민연금이 정권의 입맛에 흔들리면서 지난해 10년만에 마이너스 수익률를 기록했다. 국민들의 피같은 노후자금을 늘려주지는 못할망정 까먹고 있다. 낙제점을 넘어 국민들의 분노를 살 정도로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이  정권에 의해 휘둘리지 않는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했다. /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