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위, 편익 산출 근거 설문조사 엉터리"
"국가 중요 시설 해체하는데 주먹구구식으로 하면 곤란"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박규빈 기자] 환경부 산하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이하 평가위)가 실시한 금강과 영산강 유역의 보 해체에 관한 경제성 평가 및 분석(B/C)과 더불어 설문조사방법과 대상 역시 왜곡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 박석순 교수가 어떤 방식으로 편익을 계산했는지 따지는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 문건/사진=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22일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평가위가 무지하고 황당한 경제성 분석 결과를 내놨다"며 "제대로 된 평가기법을 쓴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위는 영산강의 죽산보를 해체하면 56억 원 어치의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편익이 발생한다고 통계를 내놨는데, 어떤 방식으로 편익을 계산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 박석순 교수가 미국 럿거스 대학교에서 유학 중 필기한 자료/사진=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박 교수는 36년 전 미국 유학 중 노트 필기해온 것을 근거로 "모든 환경 결정엔 경제적 제약이 따른다. 어떤 비용을 지불하면 어떤 환경 편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며 "어떤 대안이 비용이 덜 드는 방안인지, 무엇이 더 좋은 비용 대 편익인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비용 분석은 쉽게 나오지만 편익 분석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비용 대비 편익 분석(cost/benefit analysis) 필기내용을 인용해 '사용자에게 주는 가치'라고 편익의 정의를 내렸다. 환경편익에 대해선 "사용자에게 주는 가치와 α(알파, 계산하기 어려운 가치)"라고 말했다. 이 경우 '개념상 쉬운 경우'(conceptually easy case), '중간 경우'(intermediate cases), '어려운 경우'(conceptually difficult case)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우선 개념상 쉬운 경우부터 설명했다. 박 교수는 "공장에서 폐수에 정화 비용을 들여 강에 방류하면 어민에게 이익이 돌아간다거나 하류에서 정화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낙동강 상류인 대구에서 비용을 들이면 부산지역에선 예산을 아낄 수 있다. 이 경우엔 쉽게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간 단계의 경우는 레크리에이션이나 낚시 같은 친수활동(물을 활용하는 활동)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다소 평가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쉬운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물 사용’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편익 계산이 비교적 쉽다는 것이다.

어려운 경우에 대해서도 다뤘다. 박 교수는 "미학적 가치(aesthetics)와 생태적 균형(ecological balance)은 평가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미학적 가치라는 부분도 (큰 틀에서 보면) '인간의 물 사용' 범주 안에 속한다"며 "4대강 환경 편익은 결국 누가 어떤 용도로 그 물을 사용하는가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평가위는 이 핵심을 모르는 건지, 조작을 하는 건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 박석순 교수가 문제를 제기한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의 경제성 평가(B/C값) 기준/사진=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의 문건은 "수질 및 수생태계 서비스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환경서비스이기 때문에 비용 대비 편익 분석엔 '환경 가치 추정기법'을 이용했다"고 설명한다. 또한 "'선택실험법'을 적용해 수질과 수생태계 서비스 증진에 대한 경제적 가치 및 편익을 추정한다”는 내용도 있다. 

평가위는 '수혜자 부담원칙'에 근거해 물이용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는 가구주 3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017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에 박 교수는 "선택실험법이란 대안들을 여러 개 만들어 두고서 그 중에서 하나 골라 설문조사를 하는 것이다. 그 결과 평가위는 생태기능, 수위, 수질 등을 다룬 실험평가 항목(사진 왼쪽 하단)을 만들었다"며 "수위 얘기를 하는데 누가 요즘 시대에 물놀이 하러 강가에 가느냐, 그런 사람 없다"고 말하며 평가위의 조사내용을 평가 절하했다. 

이어 "선택실험법엔 수질만 해도 다섯 가지 선택지가 있고, 수위에는 3개, 공원 등에 관한 친수활동에 대해서도 옵션이 여러 개 있는데, 이것과 설문대상자가 인접한 수계의 수질과 수생태 등급에 대한 생각을 비교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 박석순 교수가 문제를 제기한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의 설문조사자료(개요)/사진=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박 교수는 "평가위는 지금 내고 있는 물 이용 부담금보다 몇% 더 낼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한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수계별 수생태계 연간 편익을 추정한다는 게 5・6단계 비용/편익 추산 방법이다. 금강 유역엔 보가 3개이고, 영산강 유역엔 2개다. 영산강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고 한다. 1/n 기여율을 적용해서 세종보는 1/3만 계산해서 그 보의 편익으로 산정한 것은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불 의사액'은 객관적이지 않고, 개인의 주관성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통계자료가 제대로 작성됐을 리 없다"고 덧붙였다.

   
▲ 박석순 교수가 문제를 제기한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의 물이용 부담금 지불 의사 관련 설문조사자료/사진=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설문 대상 모집단이 19~59세에 한정된 점에 대해서도 조건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60세 이상은 왜 조사대상이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보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게 아니라, 물이용 부담금을 내는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한 것도 박 교수는 지적했다. 또한 표본 추출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강 수계 지역에서 물이용 부담금을 가장 많이 내는 것은 사실이나, 보가 가장 많은 것은 낙동강 지역이기 때문에 인구비례 할당 표집을 하려거든 낙동강 보 지역 주민이 표본에 가장 많이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전에 따르면 물이용 부담금은 '상수원 지역의 주민 지원사업과 수질개선사업의 촉진을 위해 상수원수질 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과하는 부담금'이다. 박 교수는 "물이용 부담금은 공장 등에 이용하는 공업 및 생활용수의 사용량이 늘어났기 때문에 수질이 나빠졌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물이용 부담금 제도를 만들었다"고 도입 취지에 대해 설명하며 "금강과 영산강의 물은 주로 농업용수로 쓰이는데, 이 경우 물이용 부담금 부과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했다. 이어 "잘못된 질문으로 애먼 사람들(농업용수를 주로 쓰는 농민)에게 (물이용 부담금) 지불의사를 유도한다"고 비판했다.

   
▲ 박석순 교수가 문제를 제기한 금강·영산강 보 경제성 분석 결과/사진=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박 교수는 평가위의 경제성 분석 결과를 들며 "금강 유역의 3개 보의 경우 수질이 수생태보다 낮게 수치가 잡혔고, 심지어 백제보의 경우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영산강 유역은 오히려 수질이 수생태보다 월등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잘못된 질문으로 물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행한 설문조사 결과 때문에 나온 탓"이라고 꼬집었다. 또 "대전 시민들은 갑천을, 광주 시민들은 광주천을 생각하고 설문조사에 참여했을 것이지, 각각 공주보나 죽산보를 염두에 두고 설문에 임한 게 아닐 것"이라며 황당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결과만 놓고 보면 금강 유역 주민들은 생태계를 중시하는 반면, 영산강 지역 주민들은 수질 개선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박 교수는 "B/C값은 평가위가 해체하고자 하는 곳이 높게 측정됐다. 어느 정도 예측치를 놓고 계산에 들어갔는지, 계산 결과가 나온 건지는 모르지만 말이 안된다"며 "끼워 맞췄다면 사기 친 꼴이고, 아니라면 코미디 그 자체"라며 조사 결과를 꼬집었다.

   
▲ 박석순 교수가 제시한 '경제성 평가 방법'/사진=펜앤드마이크 캡쳐

박 교수는 "경제성 평가를 하려거든 해당 보와 관련된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며 "농업 용수와 같은 물의 용도, (보에) 물을 채워 두면 좋은지 여부에 관한 미학적 가치가 평가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태계의 경우 일반인이 아닌 전문가들의 평가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환경정책평가원에서 낸 수질 통계가 엉터리이듯, 한국재정학회가 용역을 맡은 경제성 평가 역시 마찬가지"라며 "재정학회장이 책임지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해야 한다"고 기관을 비판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박 교수는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평가단 이름도 잘못됐다. 국가시설 자해단이다.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를 못 할 것이라 생각하고 엉뚱한 대상에게 질문했다"며 "동네 다리 하나 없애는 것도 아니고, 조 단위의 돈을 들였던 국가 중요시설을 없애는데 주먹구구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