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올해부터 새로 적용된 신(新) 외부감사법 영향으로 지난주에만 30곳 넘는 회사가 거래정지를 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감사 기준이 강화되면서 상장사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이 속출한 까닭이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2조 7000억원이 시간차를 두고 동결되는 상황 속에서 ‘무더기 상폐’에 대한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12월 결산 상장사 중 코스피 4곳, 코스닥 18곳 등 총 22개사가 의견거절이나 한정 등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시장에서 건설업체 신한은 감사의견 거절,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폴루스바이오팜 등이 한정 의견, 코스닥 시장에서는 케어젠, 라이트론 등이 감사의견 거절, 셀바스헬스케어가 한정 의견을 통보 받았다.

   
▲ 사진=연합뉴스


감사보고서는 외부감사인이 기업의 재무제표가 공정하게 작성됐는지 살펴본 뒤 이에 대한 의견을 담아 회사에 제출하는 내용을 의미한다. 상장사는 정기주총 1주일 전까지 금융당국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할 의무를 진다. 감사의견은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4가지로 나뉘는데 적정 이외의 의견은 모두 ‘비적정’이다.

한편 지난 주(5거래일)에 거래정지를 공시한 회사는 모두 43개에 달했다. 기간변경을 공시한 사례를 제외하고 새롭게 거래가 정지된 회사만 따져도 31개사다. 이들 31개 회사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치면 물경 2조 7000억원 수준이다.

일련의 결과는 새로운 외감법(외부감사법 개정안)이 시행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신외감법은 외부감사 대상 기업을 확대하고 내부 회계 관리를 외부감사인 검토에서 ‘감사’ 수준으로 상향조정한 것을 골자로 한다. 외부감사인의 독립성과 책임을 높이겠다는 취지인데, 기업 입장에서는 감사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다소 커졌다.

결과 또한 ‘비적정’을 받은 회사들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단, 지난 20일 금융위원회는 회계 감사의견이 비적정인 상장회사에 대해 재감사를 요구하지 않고 차기 연도 감사의견을 기준으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공지했다. 설령 이번에 비적정 감사 의견을 받아도 상폐 대상에서는 1년 유예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비적정 감사의견 상장사에 대해 매매거래를 정지하는 현 제도는 계속 유지된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주식거래가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정지됐다. 두 종목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오는 26일부터 거래가 재개된다.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은 시가총액이 각각 8292억원과 4450억원으로 매우 크다. 곧 거래가 재개되긴 하지만 시장에 남긴 충격파는 상당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지난 22일 아시아나항공86 회사채까지 상장폐지를 당했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까지 거래가 정지되고 28일부터 일주일간 정리매매를 거친 뒤 내달 8일 퇴출된다. 

‘아시아나 사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지적이 많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통해 주로 자금을 조달해 왔다. 현재까지 ABS 판매규모는 1조 1417억원에 달해 아시아나항공 시가총액보다 금액이 크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이 BBB-로 지금보다 한 단계 더 하향 조정될 경우 ABS를 조기상환 한다는 특약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이 감사의견 ‘적정’을 받기 위해 삼일회계법인의 지적을 전부 수용할 경우 불가피하게 적자폭이 늘기 때문에 신용등급에는 악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감사의견 비적정의 나비효과가 아시아나항공 전체의 명운을 좌우하게 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무더기 ‘비적정’ 사태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우려하는 ‘무더기 상폐’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아시아나항공처럼 시장의 파급효과가 큰 기업들이 휘청대는 것만으로도 개인투자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