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부 조한진 기자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기업들의 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마라톤의 출발선을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얼마전까지 ‘위기감’을 토로하던 기업들은 이제 ‘생존’ 자체를 고민하는 모습이다. 성장판이 아예 닫힐 수 있다는 위기감도 증폭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26일 ‘1분기 전사 실적이 시장 전망을 하회할 것’이라며 예상실적 설명자료를 공시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삼성전자가 분기 실적 발표전 관련 사항에 대한 자료를 별도 공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내부에서도 과거와는 다른 무게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번 공시에 “투자자들의 사전 이해에 도움을 주기 위한 차원”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 전반에 울리고 있는 경고음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핵심 먹거리인 반도체가 꺾이고 있는 상황에서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자동차, 석유화학 등 수출 주력산업 역시 줄줄이 신음을 내고 있다. 자칫 장기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기업들은 어떻게든 살길을 마련하겠다며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그러나 신성장동력 발굴 노력은 여기저기서 발목을 잡히고 있다. 세계 최초 상용화를 눈앞에 둔 5세대(5G) 이동통신은 요금제가 비싸다며 태클이 들어오고, 차량공유서비스는 시동조차 제대로 걸지 못하고 있다. 공장 하나를 짓기도 어렵다는 기업들의 한숨도 여전한다.

미래 산업을 향해 우리가 걷다 쉬다를 반복하는 사이 경쟁국들은 기술반전 속도를 빠르게 올리고 있다. 정부의 과감한 의사 결정과 기업들의 도전이 맞물려 시너지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4차산업혁명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경고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지만 좀처럼 꼬인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정치권의 반기업 색깔이 더욱 짙어지는 것도 문제다. 법인세 최고세율과 최저임금 상승으로 기업들은 이미 추가 부담을 안고 있다. 여기에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집단소송법 등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들도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이 법안들이 통과될 경우 해외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경영권 방어 수단이 취약한 상황에서 주요 기업들은 해외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여러 차례 기업인들을 호출했다. 하지만 바뀐 점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어렵고, 불안하다’는 푸념만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제는 ‘갑’인 정부가 ‘을’인 기업의 처지를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급변하는 시대에 ‘우리가 만든 옷이 명품이니 당신들의 몸을 무조건 끼워 넣어’라는 논리로는 ‘윈-윈 시스템’을 구축하기는 어렵다. 상황과 환경에 다른 ‘맞춤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얘기하면 뭐해요. 들어주지도 않는데…”라는 기업들의 목소리도 정부와 정치권은 곱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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