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선박 연료유의 황함유량을 3.5% 이하에서 0.5% 이하로 낮추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탈황규제 시행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유업계와 조선업계가 향후 전망을 놓고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나 탈황장치(스크러버) 장착보다는 저유황유 사용을 선택하는 선주들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크러버는 새로 건조되는 선박에 장착할 경우 20년 가량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개당 최대 100억원 상당의 설치비 및 부품 교체 비용 등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장착하는 동안 선박을 운항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기존에 운항 중인 선박의 경우 폐선할 때까지만 쓸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국내의 경우 2017년 12월 기준 노후 선박(선령 20년 이상) 비중이 63.1%에 달했으며, 초고령 선박(25년 이상)도 38.3% 수준으로 집계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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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로고/사진=각 사 |
LNG선은 높은 비용과 공간 문제가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이 수주한 LNG선의 척당 평균 비용은 2000억원을 상회하고 있으며, LNG 저장을 위해 화물공간을 일정부분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한 정유사들은 오는 2020년 1350척의 국적선이 1121만톤의 저유황유를 사용할 것으로 판단, 관련 설비 신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컴플렉스(CLX)에 1조원 가량을 투자,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건설 중인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초 완공 예정인 이 설비의 일일 생산력이 3만8000배럴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에쓰오일도 중질유 비중을 현재 12%에서 4%로 낮추고 저유황유 등 석유화학 원료 생산으로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며, 지난해 SDA 공정 구축을 완료한 현대오일뱅크 역시 저유황유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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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사진=삼성중공업 |
반면 조선업계는 선박 발주가 지난해보다 더욱 늘어나는 등 LNG선 강세를 점치고 있다. 일각에서 국제유가 불안정성이 언급되고 있으나, LNG 수요 자체가 늘언가고 있다는 것이다.
쉘은 앞서 '2019 LNG 전망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LNG 수요가 지난해 3억1900만톤에서 2020년 3억8400만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으며, 국내에서도 가스공사의 지난해 천연가스 판매량이 전년 대비 12.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는 LNG선 발주량이 지난 2016년 10척에서 2017년 18척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76척으로 급증했으며, 올해는 100척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생산국들이 수출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데 따른 것으로, 미국의 경우 에너지 수출을 위해 항구를 수입용에서 수출용으로 바꾸기도 했다. 중동과 러시아 등 전통 산유국들도 시장변화 대응 및 재정난 해소를 위해 천연가스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선가와 신조선사지수(NPI)도 조선업계의 주장에 힘을 싣는 모양세다. 2월 NPI(131포인트)는 전월 대비 1포인트, 같은 기간 LNG 선가(1억8500만달러)도 100만달러 올랐다. 특히 LNG선가는 지난해 2월 바닥을 찍었으나,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유황유와 LNG선은 고부가 제품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어 여기에 거는 기대감이 큰 것 같다"면서 "선주들의 선박 교체 시기 및 국제유가 현황 등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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