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법·금융회사지배구조법·공정거래법 개정안 이견 커
심사시간 부족하다는 지적도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소비자경제 및 금융환경을 규정하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쟁점법안이 산적했지만,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20대 국회에서 정상처리가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미디어펜이 2일 국회 정무위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위원회 쟁점법안별로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과 긍정적인 관측이 교차했다.

가장 큰 관심은 전체 금융권에 보호규제를 적용해 갈수록 복잡해지는 금융상품으로부터 소비자가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막기 위한 금융소비자보호법, 금융사 대주주 심사를 강화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전속고발제 폐지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에 쏠린다.

이중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의 경우 새로 제정되는 것으로, 현재 출시된 모든 금융상품과 판매채널에 설명의무·광고규제·불공정거래 금지 등을 적용하는만큼 논의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금소법은 2012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이래로 지난 7년간 정무위 주요 쟁점 중 하나였다.

정무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금융상품이 다양화됐지만 금융소비자에 대한 보호가 취약해 지난 19대 국회 당시 동양증권의 불완전 판매사태가 일어났다"며 "이번 20대 국회에서 5개 법안이 발의됐지만 시간이 문제다. 3월 임시국회를 넘길 경우 처리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금소법에서 주요 쟁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것과 집단소송제 허용 여부, 입증책임 전환 범위"라며 "최운열 의원과 이종걸 의원 등 여당측은 최대 3배까지 징벌적 배상책임을 매기는 내용이지만 한국당측은 과징금 및 과태료가 부과되는만큼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둘째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경우, 제2금융권까지 최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내실화하고 금융권 사외이사 선임 및 고액연봉임원 보수공시를 강화하는 내용이라 대주주 적격성 강화에 이견이 크다.

   
▲ 사진은 2016년 9월9일 국회 정무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2차 연석청문회 전경./자료사진=미디어펜

재계에서 가장 큰 이의를 제기하는 법안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9일 128개 조문으로 구성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정무위에 상정했다. 이는 제정 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시도하는 전부 개정 심사다.

개정안 쟁점으로는 전속고발제 폐지와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정보교환행위 담합 규율, 공익법인 의결권 행사 제한 등이 꼽힌다.

야당측은 이에 대해 전속고발제 폐지로 인한 검찰의 별건수사 가능성을 봉쇄하고, 사익편취 규제대상에서 지주회사를 제외하며, 정보교홥행위 담합 규율이 과도해 시행 시기를 대폭 유예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의 개인정보 이용 규제를 완화해 빅데이터산업에서 개인정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신용정보법의 경우, 3월 임시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됐지만 역시 불투명한 전망이다.

정무위 전체적으로는 자유한국당측이 손혜원 의원 부친의 유공자 심사자료 제출을 비롯해 '쟁점 법안을 후순위에 두자'고 요구하고 나서 법안 심사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한국당측이 호락호락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라 당정의 중점법안이 쉽사리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반대로 여당 내에서도 강 대 강 대결도 마다하지 않고 특정법안 통과 보다는 지지층 결집을 우선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일부 양보를 통해 주요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총론에는 양측이 동의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돌입하는 9월 정기국회 전 상반기 국회가 사실상 법안 통과를 위한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다"고 전망했다.

정무위에서 법안소위 논의를 거친 법안들은 3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오는 5일 통과 여부가 확정된다. 정무위가 논의를 어디까지 진행해 어떤 쟁점 법안들을 통과시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