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정부 들어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첫 대통령 지명철회 사례가 나오는 등 ‘3.8 개각’ 파동이 심상치 않다.
25억 상가 매입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투기 의혹과 맞물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의 자녀 호화유학과 본인의 외유성 출장,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의 주택 3채 보유와 자녀에 편법 증여에 민심이 들끓었다.
결국 청와대는 조 후보자에 대해서는 지명 철회, 최 후보자에 대해서는 자진 사퇴라는 다른 방식을 썼지만 7명의 내각 후보자 중 2명을 즉각 낙마시켰다.
비교적 발 빠른 대처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여권에서도 잇따른 인사 참사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당 내부에서도 청와대 검증라인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으니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인 조국 수석이 인사 파동으로 고비를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기 내각에서는 장관 후보자 3명이 자진 사퇴하고, 장관급 1명이 취임 후 물러났다.
2017년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교제하던 여성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고 법원에서 혼인무효 판결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지명 5일만에 사의를 표했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음주운전과 임금체불 논란으로 지명 32일만에 사퇴했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진화론을 부정하는 창조과학회 활동 이력과 뉴라이트 역사관이 문제가 돼 스스로 물러났다. 2018년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해외출장 의혹에 정치자금 셀프 후원이 논란이 일자 취임 14일 만에 사퇴했다.
이 밖에 2017년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스스로 물러났으며, 이 후보자는 최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 참모의 음주운전에 인사자료 외부 분실 등 청와대 기강해이 문제도 심각한 수준인데다 2018년 12월 민정수석실 소속 김태우 전 특감반원이 제기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지명철회를 포함해 차관급 이상의 인사 11명이 낙마한 현 사태는 ‘개각 파동’, ‘인사 참사’, ‘인사 잔혹사’ 등으로 불린다. 급기야 청와대에서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이 나왔지만 ‘코드 인사’가 불러온 참사라는 지적이 중론이다.
그런데 김의겸 대변인의 사퇴로 청와대 정례브리핑을 이어받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의 거침없는 발언들이 지금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선 윤 수석이 31일 조동호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와 최정호 후보자 자진사퇴를 밝히면서 “청와대 인사검증은 공적 기록과 세평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 인사청문회와 언론의 취재는 검증의 완결로 볼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인사청문회 절차를 인정한 것으로 보였다.
사실 국회 청문보고서가 채택되든 안되든 대통령이 임명을 밀어붙일 수가 있으니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모 장관 임명식을 하면서 “청문회 때 시달린 사람이 일 더 잘한다”고 말한 일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윤 수석의 발언은 긍정적으로 볼 때 노영민 비서실장 이하 2기 참모진의 달라진 면모를 보여준다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하지만 윤 수석의 이 같은 발언이 조동호 후보자의 ‘해적 학회’ 참석을 모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이기만 했다면 문제가 있다. 청와대는 이번에 해적학회 또는 부실학회로 불리는 학회에 참석했을 경우 통상 교육부나 후보자가 재직한 대학에 기록이 남게 되므로 거기에 징계를 받은 기록이 남아 있지 않으면 알 도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2일 언론브리핑에서 ‘조 후보자의 부실학회 참석 여부는 단순 인터넷 검색만으로 확인이 가능한데 왜 검증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했냐’는 지적이 나왔고, 이에 윤 수석은 “제가 안 해봐서 모르겠다”고 했다. 또 “저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검색을 통해 찾아내기 힘들었다”면서 “모르고 간 학자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또 윤 수석은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 조 후보자의 아들이 유학하면서 포르셰를 탔던 것과 관련해서도 “그 포르셰의 가격이 3500만원이 채 안된다. 벤츠도 마찬가지로 가격이 3000만원이 안됐다. 차량 가액을 기준으로 볼 때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면서 “외국에 있으니까 당연히 외제차를 탔겠죠. (조국 수석에 대한) 문책이라고 하면 ‘왜 포르셰와 벤츠를 갖고 있는데 검증해서 걸러내지 못했나, 이런 문제로 귀결된다”고 항변했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윤 수석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는 “검증 기준을 고려하면 (검증팀에서) 이런 문제들을 (낙마 사유라고)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뜻이었다”고 했다. 그는 전날 자신의 발언 녹취록을 읽으면서 “'포르셰 타는 것이 뭐가 문제냐'라는 얘기는 없다. 언론에서 기사화된 것과 제가 말한 것은 차이가 있다. 곡해“라고도 주장했다.
윤 수석의 브리핑은 대변인을 대신한 것이므로 청와대 참모 중 누구의 발상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국민정서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조동호 후보자의 문제는 단순하게 ‘외국에서 외제차를 탔다’가 아니라 세입자 보증금을 올리는 이유가 아들에게 자가용을 사주기 위해서였고, 아들 입학식과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한 외유성 해외 출장 의혹 등 ‘불량 양심’에 있었다. 고위공직자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청와대가 연이은 ‘인사 참사’에 대해 정말 국민께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면 기자의 질문 하나 하나에 반박하듯 답할 게 아니라 언론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사과어린 해명을 준비했어야 했다고 본다.
또 청와대가 ‘코드 인사’를 밀어붙일려는 게 아니라 정말 인사검증에 난관을 겪고 있다면 윤 수석이 언급한 “인사청문회와 언론의 취재는 검증의 완결”이라는 입장이 ‘고무줄 잣대’로 전락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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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