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코스닥벤처펀드가 지난 5일로 출시 1년을 맞았다. 2년차를 맞아 마이너스 수익률은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시장의 관심은 여전히 적어 설정액은 그대로인 형편이다. 신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투자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시장 왜곡현상도 우려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4월 5일 출시된 코스닥벤처펀드가 탄생 첫 돌을 맞았다. 출시 직후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벤처펀드는 국내 증시 하락 여파에 대부분 상품들이 수익률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부진했다.

   
▲ 사진=연합뉴스


첫 돌을 넘긴 현 시점 12개 공모형 코스닥벤처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대부분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완벽하게 회복한 모습이다. 가장 수익률이 높은 펀드는 ‘현대인베스트벤처기업&IPO증권투자신탁A’로 수익률은 15.86%에 달한다. 수익률이 가장 부진했던 ‘브레인코스닥벤처증권투자신탁A’조차 수익률이 3.50%를 기록하며 플러스 전환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전체 자산의 15%는 벤처기업 신주에, 35% 이상은 벤처기업 또는 벤처기업 해제 후 7년 이내인 코스닥 상장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는 정책상품이다. 코스닥 공모주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는 점, 3년 이상 펀드 가입 시 최대 3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 등이 여러 조건들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어필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코스닥시장이 침체되면서 수익률이 급전직하 했다. 다행히 올해 들어 코스닥 시장이 조금씩 회복되고 기업공개(IPO) 시장도 열기를 띠고 있어 운용자산의 15%를 벤처기업 신주에 투자해야 하는 코스닥벤처펀드로 수혜를 입었다.

단, 펀드 설정액은 몇 달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유입되는 금액이 없다는 뜻이다. 공모형 펀드의 경우 작년 6월말 이후 아예 설정액이 줄어드는 추세다. 아울러 코스닥벤처펀드 영향으로 급증한 ‘메자닌 채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메자닌은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는 채권을 지칭한다. 펀드 출시 당시 CB나 BW도 ‘벤처기업 신주’로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운용사들은 신주 요건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CB를 대거 펀드에 포함시켰다. 코스닥 종목보다 변동성이 적어 투자 운용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렇게 매수된 CB, BW가 전환청구 개시일을 맞아 주식으로 전환돼 시장에 풀리면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전환 청구가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단기적으로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면 정부의 정책상품이 오히려 시장에 악영향을 준 사례로 기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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