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겪어낸 일련의 사건들이 아프게 다가온다. 자신이 평생을 바쳐 일궈온 회사에서 ‘사내이사 연임 부결’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느꼈을 참담함을 어느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아마 인생 자체를 부정당한 느낌이었을 거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는 곧바로 병세 악화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폐가 딱딱해지는 섬유화증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수사를 받는 동안 “꼼수를 부린다”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아 이를 숨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미국에서 폐 수술을 받고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지난해 말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됐다고 한다.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당한 그에게 살아갈 의지가 남아 있을 리 만무하다. 지난달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뒤 조 회장의 이름 옆에 따라다니던 ‘경영권 박탈’이라는 말은 그의 인생을 박탈당한 것과 마찬가지로 읽혔을 것이다. ‘수송보국’이라는 일념 하에 대한항공을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어낸 그의 죽임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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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7일 참여연대와 민변이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
그간 조 회장에게 “물러나라”고 외쳐댔던 참여연대와 민변, 대한항공 내부의 일부 직원들은 지금 어떤 마음일까. 그들이 ‘정의’라는 미명 하에 외친 말들이 누군가의 죽음으로 마무리 됐다는 것에 일말의 죄책감이 존재하기는 할까. 아니면 이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N분의 1로 나눠져 아무런 책임 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까.
대한항공을 ‘적폐기업’으로 낙인찍어 난도질당하도록 조장한 문재인 정부도 총수의 죽음이라는 결말과 무관치 않다. 국민연금을 앞세워 조 회장의 사내이사연임 부결을 선동한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압수수색과 소환으로 한진 일가를 압박했던 이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빌미를 제공한 조 회장의 가족도 잘 한 것은 없다. 조 회장의 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던졌다던 그 물 컵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일화였다. 전후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그 속내를 인내하고 들어줄 이는 애석하게도 몇 되지 않는다. 안 그래도 ‘반기업 정서’가 팽배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것은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될 뿐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때다 싶어’ 특정 기업을 사지로 몰아넣는 일이 되풀이 돼선 안 된다. 조 회장의 죽음에서 재산권 탈취라는 사회주의 광풍이 느껴진다. 그야말로 참혹하다. 이 같은 어리석고 후진적인 행태로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기업인을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시는 이 땅에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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