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해외순방길에 오르면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18일까지 송부해달라고 재요청했다. 16일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8일까지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오지 않으면 19일에 대통령이 인사를 재가하고 발령할 수 있다”며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의 퇴임 바로 다음날인 4월19일에 문형배, 이미선 후보자가 새 재판관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도덕성 논란은 물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게 된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해외에서 전자결재로 강행할 전망이다.
야당이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 후보자에 대한 반대를 넘어서 검찰에 고발까지 한 경우는 흔치 않다. 최근 자유한국당은 이 후보자에 대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사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후보자는 한 건설사 관련 재판을 맡으면서 해당 업체의 주식을 거래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형 호재성 공시 직전에 관련 주식을 대량 매입하고, 거래정지 등 악재 공시 전에 주식을 매도한 정황도 일부 확인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동료 법관들 사이에서도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론이 확산하고 있다. 젊은 판사들 위주로 이뤄진 인터넷카페 ‘이판사판 야단법석’에 이 후보자를 비판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판사는 “청와대와 후보자 남편이 핵심질문을 비껴간 채 별도의 프레임을 설정하고, 후보자는 거기에 침묵하면서 그 효과만 누리고 있다”고 했다. 또 “이 후보자 일로 인해 여권은 ‘촛불정부’라는 이름이 부끄럽게도 때 묻은 상태가 돼 버렸고, 적어도 도덕성에 있어서는 (전 정권과) 별다른 차별점을 보이지 못했으며 오히려 인사라인의 무능력만 더 부각됐다”는 글도 있다.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주식은 남편이 다 해서 나는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주식계좌를 개설하고 운용하는 것을 남편에게 위임해 경제활동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는 답변만 내놓은 이 후보자는 ‘난민 문제’나 ‘5.18 왜곡 폄훼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본 적이 없다”는 말로 답변을 유보했다.
청문회를 통해 이 후보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볼 사안이 전혀 확인되지 못한 가운데 여론조사 에서도 국민 절반 이상은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지난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하다’는 응답은 54.6%에 달한 반면 ‘적격하다’는 응답은 28.8%에 불과했다.
국민여론은 물론 동료 법관들 사이에서도 부적격하다고 평가받는 이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는 “이 후보자의 주식 보유 관련 의혹은 대부분 해명됐고, 결격 사유가 없다”며 국회에 청문보고서를 재송부했다.
이와 대해 정치권에서는 ‘조국 지키기’를 위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장관 후보자였던 조동호‧최정호 낙마 이후 이미선 후보자까지 임명되지 못할 경우 청와대 인사라인에 대한 경질론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때를 맞춰 더불어민주당에서 조국 수석 조국 민정수석의 내년 총선 차출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조 수석을 부산‧경남지역에 출마시켜 전체 판세를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전략인데 이에 대해 야당은 “인사 참사에 대한 출구전략”이라며 “징계로 흠집나기 전에 총선 출마를 계기로 청와대에서 나오게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조동호‧최정호 후보자 낙마에 이은 박영선‧김연철 임명 강행으로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도 전에 이미선 후보자 임명 강행이 현실화되자 국회는 극한 대치를 예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인사에서나 야당과의 협치에 있어서 국민눈높이를 생각하는 기준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후 더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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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4월10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