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재정자립도 56% 불과 전체 지출 절반은 국민 세금…막 가는 포퓰리즘
   
▲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
경기도 안산시가 전국 최초로 지역내 대학생들에 대해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상은 학생 부모들의 소득수준을 보지 않고, 모든 대학생들에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새로운 '공짜정치 상품'을 개발한 셈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짜상품으로 유권자의 표를 사보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이는 포퓰리즘의 끝판왕이다.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는 안산시의 재정이 차고 넘쳐서 선심을 쓴다면 할말이 없다. 지역내 주민이 낸 세금으로 지역민 대학생 자녀들에 혜택을 주는데 제삼자가 비판한 자격이 없다. 그러나 안산시의 재정자립도는 약 56% 수준이다. 이 지표가 의미하는 바는 안산시 전체 지출에서 반 정도 만이 지역민이 부담하고, 나머지 반은 중앙정부가 부담한다는 것이다. 즉 안산시 전체 지출의 절반은 국민 전체가 부담하는 꼴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지방분권'을 중요한 정책과제로 내세웠다. 문정부의 지방분권 방향에 안산시의 등록금 반값 제공이 어떻게 어울리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세출의 분권과 세입의 책임'이다.

즉 주민들의 부담 하에 지방정부가 자유롭게 지출구조를 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현재 안산시는 전체 세출의 절반만을 책임지고, 나머지 절반은 국민의 세금에 의존하는 현실이다. 이렇게 통큰 반값 등록금 지출결정에 국민적 합의는 커녕 일말의 책임감도 느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 경기도 안산시가 전국 최초로 지역내 대학생들에 대해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정책의 현재와 향후 과제' 토론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방분권에 대한 큰 그림이 없는 상태에서 안산시의 무차별 반값 등록금 지출은 다른 지역에도 파급효과를 줄 것이다. 어차피 해당 지역주민들의 책임, 즉 재정부담이 없으면서 국민들의 세금으로 선심을 쓸수 있는데, 누가 따라하지 않겠는가. 어쩌면 안산시의 반값 등록금이란 정치상품개발은 다른 지역으로 하여금 새로운 공짜정치상품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게 할지도 모른다.

반값 등록금은 무료 교복, 무료 교통, 무료 연금 납부 등으로 어떻게 튈지 모른다. 그야말로 지방분권이란 이름은 허울 뿐이고, 이에 대한 개념정립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재정분담에 대한 규율도 없이 선심성 지방정부의 정치상품 만이 개발될 뿐이다. 이는 곧 국가 전체로 볼 때 재정의 재앙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 참에 '재정자립도'라는 지표의 문제점도 잘 인식해야 한다. 절반 밖에 안되는 안산시가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으로 반값 등록금 제도를 정착하게 되면, 안산의 재정자립도 수치는 지금보다 더 낮아질 것이다.

이처럼 중앙에 의존하면 할수록 재정자립도가 낮아지므로, 가난한 지역으로 국민들의 동정심을 유발할수 있는 환상의 지표다. 따라서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 즉 스스로 책임지는 지역에만 새로운 정치상품을 개발하게 해야 한다. 스스로도 책임지지 못하는 지역은 정치바람에 널뛰게 해선 안된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세출 자유와 세입 책임'의 원칙이 엄격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안산시 처럼 세출의 절반 만을 책임지는 지역은 절대 추가적인 국민부담이 되는 선심성 지출은 허용해서는 안된다. 이 원칙이 깨지면,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재정분담의 원칙이 무너진다. 지방정부가 우선적으로 공짜상품을 만들어 놓고, 중앙정부에 떼만 쓰면 재정이 지원된다면 이건 큰 문제다. 우리의 헤픈 재정 씀씀이로 인해 국가재정은 파탄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의 방향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를 밝혀야 한다. 안산시의 통 큰 정치상품을 막지 못하면, 앞으로 모든 지역에서 경쟁적으로 더 통큰  정치상품을 개발할 것이고, 이는 국가가 망하는 길이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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