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바른미래당은 18일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을 놓고 추인을 시도했지만, 당 내부 갈등만 노출한 채 성과 없이 끝났다. 이를 주의 깊게 살피던 자유한국당은 일단 경계심을 푼 모양새다.
◇또 ‘바미’ 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전 약 3시간 30분간 의원총회를 진행했다. 이후 김관영 원내대표는 브리핑을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잠정 합의된 내용은 검사·판사·경무관급 이상 경찰 등 3개 분야의 기소권을 남겨두고 나머지는 그대로(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한다는 원칙에 잠정 합의했다”며 “최종 합의된 내용을 상대 당에서 번복하는 문제가 나와 논의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회의 중간에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합의를 부인하는 말이 나왔고, 당내 의원들이 이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며 “조만간 민주당과 공수처 설치 문제에 대해 문서로 작성하고, 작성된 합의문으로 의총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결국 빈손 의총으로 끝난 것이다.
되레 의총에서는 소위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 간 내홍만 더 부각됐다. 국민의당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안 도입을 위해 패스트트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바른정당계는 패스트트랙 추진으로 한 데 묶인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법 모두에 부정적인 상황이다.
바른정당계 수장 격인 유승민 전 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에게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이라는 다수의 힘, 횡포로 정하는 것은 국회가 합의해 온 전통을 깨는 것”이라며 “이 원칙을 훼손하는 것에 결코 찬성할 수 없다는 점을 늘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려는 지도부를 향해 “(민주당과) 말로만 해놓고 이렇게 바보같이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도 작심 비판했다.
4·3 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지도부 책임론 등도 부상했다.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난 이언주 의원은 “무엇보다도 지도부 사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리더십이 바로 서지 않고 당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렇게 예민한, 책임이 큰 패스트트랙까지 이 상황에서 밀어붙이느냐 하는, 끝까지 가고자 하는 게 아니냐는 취지의 말도 있었다”며 “나도 동의한다”고 전했다.
이뿐 아니라 지상욱 의원은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박주선·김동철 의원 등 호남계 의원들에게 민주평화당과의 합당설에 대한 입장표명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의총장은 시작부터 갈등 국면이 점쳐졌다.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던 의총이었지만, 국민의당계 이찬열 의원은 “공개로 하라”고 주장하고 나섰고, 이에 지 의원과 하태경 의원도 “공개적으로 질의 하고 시작했으면 한다”고 따져 물었다.
김 원내대표는 “여러 의견을 종합하겠다. 비공개로 하겠다”며 수습했다. 의총이 시작된 지 약 25분 뒤에 도착한 이 의원은 의총장 입장이 당직자들에 의해 막히자 “이러려고 의결권을 박탈했느냐”고 거세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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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오른쪽 뒷모습)과 반대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
◇한국당은 ‘관망’
자유한국당은 바른미래당의 패스트트랙 추진 경과를 유심히 관망하며 사실상 비상대기 태세에 돌입해 있었다. 전날 오후 나 원내대표는 자당 의원들에게 “내일 바른미래당 의총 결과에 따라 국회 상황이 긴박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크니 국회에서 비상대기 해달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나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에서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법안 패스트트랙을 다시 한번 논의한다고 한다”며 “민주당과 야합한 ‘일부’ 바른미래당 세력이 패스트트랙을 계속 추진한다면 한국당은 국회 운영에 협조할 수 없음을 분명히한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일부’라는 표현을 통해 사실상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의총이 무결론으로 끝났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열린 한국당 긴급 의총에서는 패스트트랙과 관련한 어떠한 언급도 나오지 않았다. 국회법과 내년 총선 일정상 선거제 개편안을 포함한 패스트트랙 상정이 이번 주를 넘기면 물거품이 된다는 전망에 따른 반응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한시름 덜게 된 한국당은 대여투쟁에 ‘올인’할 계획이다. 나 원내대표는 긴급 의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끝끝내 임명을 강행하려 하며 굴종의 서약서를 보내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이 후보자에 대해 절대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하지 않을 것이고, (임명을) 강행하면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는 20일 장외투쟁 가능성에 대한 물음에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고, 논의 중”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국정 운영에 대해 규탄하는 형식이 될 것이고, 헌법재판관 후보자뿐 아니라 그동안의 인사 참사에 대한 국정 운영을 규탄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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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긴급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