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서로 물고뜯는 사이 ‘잠자는’ 민생법안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다양한 분야에서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답답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서로의 악재와 약점만 물어뜯으며 반사이익를 노리는 사이 쌓인 민생법안 등을 처리해야 할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라서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의 잦은 헛발질에 수혜를 본 것은 한국당이다. 작게는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나온 각종 ‘말실수’나 최근 정국을 달구고 있는 청와대 인사라인의 ‘인사 참사 논란’ 등이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은 물론 되레 보수 결집 효과까지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도부로부터 자성 한마디 나오지 않는 점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는 평가다. 야권 관계자는 “이해찬 대표가 원외위원장들 모아 놓고 240석을 목표로 내년 총선을 준비한다고 했는데, 이런 발언 자체가 현장의 민심을 제대로 못 잃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실제 한국당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상향’하는 추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바닥을 치던 지지율이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 정상 궤도로 오르자 한국당은 기세등등한 분위기다. 지난 주말에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대규모 장외투쟁을 할 정도로 자신감이 붙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다만 이 과정에서 실수도 나왔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세월호 침몰 사고를 건든 점은 악수(惡手) 중의 악수라는 지적이다. 5·18은 이미 역사적 평가가 끝난 상황에서 한국당이 오히려 ‘북한군 개입설’로 분란을 만든 꼴이 됐고, 세월호 역시 진보진영 결집은 물론 정권교체의 촉매제였다는 점에서 한국당이 ‘말조심’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이 같은 기회를 놓칠세라 민주당은 한국당을 향한 대야(對野)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뿐 아니라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 범진보 정당이 공동으로 전선을 꾸리는 계기도 됐다. 국회 밖의 5·18과 세월호 관련 단체들의 비판도 쏟아졌다. 이에 한국당도 관련 논란을 빚은 당내 의원들을 징계했지만, 민주당 등 여야 4당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양상이 지속할수록 국민 여론이 악화한다는 점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서로를 향한 정치공세에만 매달리면서 진도를 내야 할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의 처리는 기약이 없는 상태다.

한 국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여권을 향한 지지율이 떨어지고, 야당의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면서도 “지금의 국회는 ‘정책의 국회’가 아니라 ‘정쟁의 국회’가 된 모습이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긴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멈춤), 국민이 심판합니다'에서 자유한국당 지도부 및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자유한국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