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총파업 투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국회 문방위에서도 MBC 청문회 개최 요구가 한나라당의 거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국회 문방위 업무보고에는 방문진은 포함되어 있지만, MBC 자체는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김재철 사장의 국회출석은 청문회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재철 MBC 사장은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편향적 기사를 쓴다”고 비판한 이후, 20일 출근 시도를 했으나, MBC 보도부문 조합원들의 벽에 막혀, 돌아갔다. 21일에도 MBC 영상미술부문 조합원들의 벽에 부딪혀 결국 돌아가야 했다.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은 아침 8시 30분에 MBC 본사에 나타났다. 조합원들은 70여명 가량 5열 횡대로 벽을 쳤다. 김재철 사장도 마찬가지로 검정색으로 무장한 경비원들로 벽을 쳤다. 5분간 이근행 노조 위원장과 김재철 사장간 설전이 있었다.
이근행 위원장이 “오늘은 영상미술부문 사원들이고, 어제는 보도부문이었으며, 한결같이 사장님의 퇴진을 바라면서 아침부터 여기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김재철 사장은 “내가 퇴진할 것이 아니라 이 자체가 정치투쟁이다”고 반박했다.
이에 이근행 위원장은 “사장님의 정치적 행보가 더욱 문제이며, 어제 질문한 김우룡 이사장의 발언이 사장님 개인만의 명예만 훼손한 것인지 촛점을 흐리지 말고, 답변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어 “사나이의 말은 문서보다 중요하다면서 공개적으로 국민에게 약속한 김우룡 고소 고발은 왜 안하는지, 그러면서 어떻게 리더쉽이 있겠느냐”고 물었다.
김재철 사장은 “정치투쟁이 리더쉽을 못 갖게 한다”고 응수했다. 순간, 몇몇 조합원들이 “정치인 눈에는 정치투쟁으로만 보인다”, “92년 52일 파업할 때, 그때도 사장퇴진이었는데, 그때 사장님은 왜 전단지를 돌렸습니까”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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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MBC 본사에는 김재철 사장과 노조원들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
이에 김재철 사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세월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한 조합원이 “내무부 장관에서 탈락된 사람이 국무총리에 앉을 수 있습니까 국민들이 무슨 원숭입니까 조합원들이 원숭입니까 부끄러운 줄 아세요”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사내여론 무시하는 관제사장 필요없다”는 조합원들의 구호가 터져 나왔고, 김사장과 조합원 사이에 경비원들의 두꺼운 벽이 쳐졌다.
황희만 부사장은 3월 출근저지 투쟁 때처럼 눈을 감고, 움직이지 않았고, 김재철 사장도 어떠한 용트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멀리서 쳐다보니, 경비원들에 갇혀, 형색이 초라해 보였다. 사장의 권력이 사라지면, 연약한 시민으로 살 수 밖에 없는, 그러한 존재로 보였다. 바람이 불고, 간혹 카메라 찍는 소리만 들리며, 누구도 40분간 움직이지 않았다.
김재철 사장이 본사 우측으로 갑자기 움직였고, 방송차량의 성능에 대해서 이런 저런 질문을 임직원들에게 던졌고, 10분동안 대화가 오고가자, MBC 노조원들은 본사 복도 난간에 잠시 앉았다. 이근행 위원장은 “서로 웃기만 할 뿐, 옆에서 아무런 말도 못해주는 임원들은 벌거벗은 임금과 그 신하들의 형색이다”고 지적하자, 김재철 사장과 임직원들이 다시 노조원들앞에 섰다.
10분 후, 어떤 방책없이 김재철 사장은 차량을 타고 떠났고, 경비원들과 노조원들은 모두, 긴장감을 풀고, 서로의 자리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