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수적 횡포에 패스트트랙 합의안 처리”
막판까지 “탈당 결정한 것 아니다” 부인하기도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그간 당과 노선을 달리해 온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23일 탈당을 선언했다. 이 의원은 탈당 선언 1시간여 전까지 자신의 거취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이날 진행된 선거제 개편안 등 패스트트랙 추인 관련 당 의원총회 결과를 살핀 뒤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3시 20분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의총에서 패스트트랙 합의안 처리가 지도부의 수적 횡포 속에 가결됐다. 돌이킬 수 없는 정치적·역사적 죄악”이라며 “이제 더 이상 당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여기까지가 내 소임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탈당 조짐은 오전부터 감지됐다.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바른미래당 의원님들께 드리는 마지막 편지’라는 글을 올려 “의원님들께 이런 부탁을 드리는 것도 이제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며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로) 의결권 박탈뿐만 아니라 발언권까지 묵살당하는 상황까지 겪으며 한없는 무력감을 느꼈다”고 했다. 사실상 탈당 결심을 굳힌 듯한 대목이다.

오후 1시 37분께는 이 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는 시민단체 ‘행동하는 자유시민’로부터 “이 의원이 오늘 중대한 정치적 결단을 한다. 새로운 길에 많은 응원과 지지가 필요하다”는 긴급 공지 문자메시지까지 돌았다. 소속원들에게 이날 오후 3시까지 국회 본청 후문 앞으로 결집해달라는 요청도 포함됐다.

다만 이 의원은 탈당 선언까지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의원은 오후 1시 53분께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탈당 여부는) 지금 말하기가 뭣 하다”며 “아직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행동하는 자유시민 문자메시지를 두고서도 “제가 보낸 것은 아니고, (행동하는 자유시민에서) 제가 ‘결정’할 것 같으니까 보낸 것 같다. 정확히 무슨 문자메시지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총에서) 패스트트랙 결론이 났느냐. 결론도 안 난 상태에서는 제가 뭐라고 말한 상황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즉, 이날 의총 결과는 오후 1시 55분께 김관영 원내대표의 브리핑으로 최종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 의원은 의총 결과를 유심히 지켜봤다는 말이 된다. 의총에서 패스트트랙이 결국 추인되면서 탈당 명분을 세울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 같은 정황을 부인했다. 이 의원은 탈당 선언 직후 ‘패스트트랙의 불합리성으로 인한 탈당인지, 문재인 정부 대항을 위한 보수 단합 차원에서의 탈당인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둘 다 (맞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오늘로써 더 이상 당에서의 역할이 없다. 소임을 다했다”고도 했다.

   
▲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미래당 탈당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