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이 23일 공식 발표했다. 

러시아 언론 메르산트도 22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2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뒤 25일 루스키 섬의 극동연방대학 캠퍼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는 북러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일정이나 장소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코메르산트는 김 위원장이 전용 특별열차를 타고 국경도시 나선 시에서 23일 밤을 보낸 뒤 24일 국경을 넘게 된다고 관련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 24~25일 정상회담을 가질 전망이다. 북러 정상은 24일 만찬을 시작으로 공식 일정에 들어간 뒤 25일 단독회담 및 확대회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집권 7년차인 김정은 위원장의 첫 방러이자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현재 총리)과 회담 이후 8년만에 성사된 것이다.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벌이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중국에 이어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에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유인 대북제재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미국과 갈등관계 중인 러시아로서도 동북아지역에서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어 서로 이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또한 대북제재의 선결 조건인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어떻게 논의될지 주목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번 정상회담의 아젠다를 “양자 관계 발전과 비핵화 문제 논의”로 소개한 바 있다. 러시아 언론은 양 정상간 합의 내용을 공동선언의 형태로 발표한다고 전해 비핵화 문제에서 푸틴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조율해 발표할지 주목된다.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문제 역시 논의될 수 있다.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에 따라 북한 노동자 1만명을 모두 연내에 돌려보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체류를 허용하거나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5일 정상회담을 끝낸 뒤 곧바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26~27일)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를 출발할 예정이지만 김 위원장은 26일까지 현지에 체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블라디보스토크 체류 일정은 2박3일로 이르면 25일 오후부터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및 근교를 시찰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김창선 부장이 사전에 점검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마린스키 극장과 연해주 분관, 러시아 태평양함대 사령부, 근교의 우유공장이나 초콜릿공장 등이 김 위원장의 시찰지로 꼽힌다.

김 위원장의 숙소로는 극동연방대 캠퍼스 내의 호텔이 거론된다. 극동연방대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동방경제포럼 등 국제행사들을 치른 장소로 캠퍼스 내에 몇개의 호텔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3~27일 극동연방대 수업은 전면 취소된 상태이다. 

김 위원장 수행단 규모는 230명으로 전원이 특별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다. 특별열차는 두만강 역에서 바퀴교체 작업을 하게 된다. 북한 열차는 유럽 기준인 1435㎜ 바퀴를 이용하는 반면 러시아 열차 바퀴는 1530㎜ 여서 바퀴를 교체해야 이동이 가능하다.

   
▲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4월11일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조선중앙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