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4당, 패스트트랙 합의안 추인 성공
한국당은 청와대로…주말엔 장외집회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선거제도 개편안·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합의안이 23일 각 당 의원총회에서 추인됐다. 이로써 오는 25일 국회 정치개혁·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패스트트랙 지정 표결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저지 장외 투쟁에 나서며 크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동시에 의총을 열었다. 이에 민주당과 평화당, 정의당은 일찌감치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당론으로 확정 지었다. 다만 당내 갈등을 빚어 온 바른미래당은 의총을 열자마자 파열음이 나오며 추인에 시간이 걸렸다.

   
▲ 23일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오른쪽)이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원내대표로 인정 않겠다”…탈당 선언도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3일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55분까지 3시간 55분동안 이어진 의총 직후 브리핑을 통해 “최종적으로 합의안을 추인하는 것으로 결론났다”며 “추인 결과에 따라 앞으로 정개특위와 사개특위에서 합의안의 취지를 살려 내용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까지 격론을 이어간 바른미래당을 두고 일각에서는 합의안 추인 자체가 불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1석 차 출석 의원 과반으로 당론을 정할지, 재적 의원 3분의 2 찬성으로 정할지를 두고 표결한 뒤 합의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표결 절차를 진행했다. 두 차례의 표결 모두 찬성 12표와 반대 11표가 나와 한 표 차이로 결론이 났다.

의총에 앞서서부터 바른정당계의 패스트트랙 반대 움직임은 감지됐다. 지상욱 의원은 의총장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에게 “저는 오늘로써 김 원내대표를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라고 생각하지 않겠다”며 “의원들 뜻을 대변하지 않을뿐더러 당론으로 정할 공수처안을 내다 버리고 더불어민주당 안을 그냥 받아온 뒤 과반으로 통과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절차를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총에서 결론이 난 직후에는 그간 당과 결을 달리해 온 이언주 의원이 탈당 선언을 했다. 이 의원은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오늘 의총에서 패스트트랙 합의안 처리가 지도부의 수적 횡포 속에 가결됐다”며 “돌이킬 수 없는 정치적·역사적 죄악을 저지르고 말았다”고 탈당 이유를 설명했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들이 23일 오후 긴급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 본청 계단에서 '선거법·공수처법 날치기 좌파장기집권음모 규탄'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로 간 한국당…정국경색 ‘불가피’

여야 4당이 합의안 추인을 위한 의총을 열 때 한국당도 맞불 성격의 의총을 열었다. 그러나 합의안이 각 당에서 모두 추인되자 한국당은 또다시 긴급 의총을 열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황교안 대표는 “결의한 대로 이제는 투쟁밖에 없다”며 “싸워 이길 때까지 목숨을 걸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한 대오, 한마음, 한뜻으로 끝까지 이겨내는 투쟁이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의총을 마치고 나온 한국당 의원 70여 명은 로텐더홀 계단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의회민주주의 파괴 선거법 공수처법 날치기 즉각 중단하라”, “선거법 공수처법 밀실야합 즉각 철회하라”, “좌파독재 장기집권 음모 강력 구탄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제는 위헌적 제도이자 국민의 한 표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제도”라며 “공수처는 대통령 마음대로 하는 직속 수사기관을 만들어 보복의 칼을 쥐어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한국당 의원들은 일제히 청와대 앞으로 이동해 ‘패스트트랙 저지 및 의회주의 파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회에 다시 복귀해서는 9시부터 비상 의총을 열고 국회에서 철야 농성에 돌입하기로 했다. 나아가 오는 주말에도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장외집회를 벌인다는 구상이다.

결국 여야 4당과 한국당 간의 대립 구도가 그려지면서 정국경색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이번 주 정부가 제출할 추가경정예산안과 탄력근로제·최저임금 개편안 등 민생 현안 논의는 멈춰설 공산이 커졌다. 한국당은 줄곧 “선거제도 개편안과 공수처를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순간 20대 국회는 없다”고 강조해와 민주당 등 여야 4당과 한국당의 대립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