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이 프리미어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 당했다.

충격적인 일이다. 매너 좋고 상대 선수에 대한 배려심이 깊은 것으로 잘 알려진 손흥민이다. 더군다나 팀의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확정할 수 있었던 중요한 경기에서 나온 퇴장이다. 토트넘은 상대적 약체 본머스에 졌고, 결과적으로 손흥민의 퇴장이 팀 패배의 주요 원인이 됐다.

손흥민은 왜 그랬을까. 본머스 수비수 제퍼슨 레르마를 손으로 밀쳐 퇴장 당했는데, 평소 답지않게 왜 그렇게 화를 냈을까.

손흥민은 4일(한국시간) 영국 본머스의 바이탤러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1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 본머스전에서 전반 43분 퇴장 당했다. 토트넘은 후반 3분 교체 투입된 후안 포이스까지 퇴장 당해 두 명이나 적은 9대11로 싸운 끝에 종료 직전 본머스에 결승골을 내주고 0-1로 졌다.

   
▲ 사진=토트넘 홋스퍼 공식 SNS


토트넘은 이 경기를 이겼다면 최소 4위를 확보해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승점 추가에 실패하면서 시즌 최종전까지 살얼음판 순위 경쟁을 이어가게 됐다.

손흥민은 레르마에게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방위로 뛰어다니며 토트넘 공격을 이끈 손흥민을 레르마가 계속 쫓아다니며 괴롭혔다. 경기 초반부터 레르마는 손흥민과 몸싸움을 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전반 36분에는 손흥민 퇴장의 전조가 될 만한 장면도 있었다. 델레 알리에게 패스를 한 후 뛰어가려던 손흥민을 레르마가 어깨로 강하게 부딪혔다. 이미 패스를 해 볼도 가지지 않은 손흥민이었으니 고의적인 반칙이었다. 하지만 주심은 이를 보지 못했고, 손흥민이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자 경기는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손흥민이 퇴장 당할 때도 레르마는 손흥민의 심기를 먼저 건드렸다. 손흥민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돌파를 시도하면서 레르마와 몸싸움을 벌였다. 여기서도 레르마가 손을 쓰자 손흥민도 손을 쓰며 맞대응을 하다 반칙을 범했다. 감정적인 충돌을 하며 레르마가 먼저 손흥민의 등쪽을 가격했고, 볼을 잡으려던 손흥민의 손을 향해 발을 내밀었다. 이게 격분한 손흥민이 레르마를 거칠게 밀자 곁에 있던 주심이 이를 보고 지체없이 손흥민에게 레드카드를 준 것이다.

손흥민의 행위 자체는 레드카드를 받아도 할 말이 없지만, 원인 제공을 한 레르마는 과장된 제스처로 쓰러지며 경고도 받지 않았다. 레르마의 이런 거친 플레이는 토트넘 선수들의 공분을 사 이후에도 계속 충돌이 있었다. 레르마는 후반 추가시간이 돼서야 주심에게 딸랑 옐로카드를 받았을 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손흥민이 평소에 비해 과하게 흥분한 모습을 보인 것은, 책임감 때문으로 여겨진다.

팀이 꼭 이겨야 하는 중요한 일전이었다. 앞서 지난 1일 열린 아약스와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을 손흥민은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했다. 주포 해리 케인까지 부상으로 빠저 있는 상황이다. 손흥민은 자신이 더 많은 활약도 하고 골도 넣으며 팀 승리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그런데 레르마에게 계속 괴롭힘을 당하며 플레이도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고, 0-0으로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손흥민의 퇴장과 토트넘의 패배. 이걸로 다가 아니다. 토트넘은 오는 12일 에버턴과 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순위 경쟁팀의 상황도 지켜봐야 하지만, 자력으로 4위 이상의 성적을 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려면 승리해야 한다. 그 경기에 손흥민이 뛸 수 없게 됐다는 것이 토트넘에게는 심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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