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청와대가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대표 회동과 관련해 ‘5당 참석’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자유한국당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문 대통령을 따로 만나고 싶다며 1대1 회동을 제안했지만 청와대가 이를 거부한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 KBS와 진행한 특집 방송대담 도중 인도적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 여야 5당 대표와 만나 논의하고 싶다고 즉석에서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국정 전반을 논의하자고 했고, 문 대통령은 5당 회동을 요구했다. 그러자 한국당은 일대일 회동과 원내교섭단체 3당끼리 마주앉는 여야정협의체를 역제안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3당 회동에 대해서는 당초 여야정협의체가 만들어질 때 원칙을 들어 반대하면서, 일대일 회동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의제 설정에서 양보했다며 역제안을 거부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5당 여야정협의체 재가동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히면서 “1년간 논의 끝에 2018년 만들어진 5당 여야정협의체는 당시에도 3당이냐 5당이냐 뜨거운 논의 과정을 거쳤다. 그 원칙적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 고 대변인은 당대표 회담도 5당 원칙을 고수하면서 “처음 대통령의 제안은 인도적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국회와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야당에서 요청은 국정 전반으로 의제를 넓히는 상황에서 5당 대표 회동을 제안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이 야당을 만난다는 것은 협치를 타진하는 정치적 관습으로 으레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가 만나는 ‘영수회담’ 형식으로 이뤄져왔다. 하지만 지금 청와대와 야당은 만나자면서도 형식에 타협하지 못하고 있으니 사실은 만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사인들도 서로 만날 약속을 할 때 절실한 쪽에서 상대의 조건에 맞추면서 갈등의 소지를 안 만드는 것이 상식이다. 얼굴 붉히면서 만나봤자 안 만난 것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와대와 한국당은 만나자면서 기싸움을 벌인다. 만남을 제의하거나 역제의해서 정치적인 노력을 했다는 핑계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이 단독회담을 요구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따져보기 전에 황 대표가 문 대통령을 단독으로 만나 대화해보겠다는 것은 야당 대표로서 잘못된 태도가 아니다. 한국당은 5당 회동에 대해서는 “한국당을 들러리로 세우는 범여권 여야정협의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많이 모이면 그만큼 발언할 기회도 줄어들기 마련인데다 그동안 정치권의 고비마다 소수당이 내보인 입장을 볼 때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일대일 회담이 다당제인 현 정치 상황과 맞지 않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일대일 영수회담을 하자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 제왕적 정당 총재가 있을 때 했던 방안”이라며 “대통령과 (황 대표의) 개별적 접촉은 정국 현안을 푸는 데 도움이 안 되고 민주적 정당 운영 체계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여당에서 대통령과 제1 야당대표 간 일대일 회동에 대해 민주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당히 억지스러운 발언이다. 과거 정권이 한 것은 무조건 비판하고 무시해도 된다는 것인가. 또 지금 다당제라고는 하나 엄연히 제1 야당이 존재한다. 현재 지지율도 여당인 민주당과 오차범위 내 차이를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7~10일 YTN 의뢰로 성인남녀 2020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에 비해 1.4%포인트 하락한 38.7%를 차지했다. 한국당은 1.3%포인트 오른 34.3%를 기록해 두 당의 지지율 격차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오차범위(±2.2%포인트) 내로 좁혀졌다. 

사실 청와대가 한국당과의 소통에 대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면 한국당을 지지하는 국민은 안중에 없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오죽했으면 ‘정치 9단’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황 대표와 배석자없이 만나 설득되면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황 대표가 발표하라 하면 된다. 원하는 대로 해줘야 국민이 ‘역시 대통령은 다르다’고 한다”고 썼을까.

현재 정권을 잡은 청와대와 여당은 지금 우리 사회의 불공정 현상, 정치권의 대립과 반목 현상에 대해 전혀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나. 과거 여당이던 시절 개혁정책 입안을 잘 못했고, 야당 시절에는 청와대와 여당을 잘 감시하고 견제하지 못한 책임은 없나 묻고 싶다. 문재인정부에서도 5년 내내 여야 역할만 바꿔서 의회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면 그 후폭풍은 거셀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인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 보좌진과 함께 걸어서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수현 정책실장, 문 대통령, 조국 민정수석, 노영민 비서실장./청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