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KB증권이 3전 4기 끝에 단기금융업 인가에 성공하면서 올해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발행어음 시장의 전체 규모는 12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여 증권업계는 물론 국내 자본시장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이 숙원사업인 단기금융업 인가에 드디어 성공하면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양분하던 발행어음 사업 구도에 변화가 시작됐다. 지난 15일부로 KB증권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승인받았다. 이로써 KB증권도 초대형 투자은행(IB) 핵심사업인 발행어음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 사진=KB증권


KB증권은 이미 오래 전부터 단기금융업을 준비해 왔다. 당국이 발행어음 사업의 개요를 발표한 지난 2017년에 이미 KB증권은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한바 있다. 시장 안팎의 시선도 KB증권이 무난하게 인가를 받을 것이라는 쪽으로 모아졌다.

그러나 KB투자증권과의 합병 이전 현대증권 시절 불법 자전 거래로 1개월간 랩어카운트 영업이 정지된 사실 때문에 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작년 5월 제재 효력은 해소됐지만 이번엔 직원 횡령사건이 터지면서 또 다시 사업신청이 미뤄졌다. 이후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인사가 진행되면서 한 차례 심사가 보류되는 일도 있었다.

마지막까지도 당국의 승인 과정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은행권 채용 비리 수사가 자본시장법상 ‘심사중단’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다행히 이번 사안은 인가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돼 ‘3전 4기’ 끝에 최종 인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늦게 시장에 진입한 만큼 KB증권은 활발한 활동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달부터 발행어음 판매에 돌입해 연내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 나와 있다. 현재 발행어음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수신 잔고는 각각 5조원과 3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이들 두 회사가 올해 연말까지 추가 발행어음 판매를 할 예정임을 고려했을 때 2019년 발행어음 시장 규모는 약 12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약정 수익률을 제공하는 발행어음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자연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제4호’ 발행어음사업 인가 증권사는 기존의 초대형IB인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보다는  신한금융투자나 메리츠종금증권 중 한 곳이 되리라는 예상이 나온다. 

신한금투(자기자본 약 3조 2000억원)는 최근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로부터 6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 받았다. 현재 자본금이 약 3조 4000억원 수준인 메리츠종금증권 또한 차기 초대형 IB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된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2017년 사업 개요가 발표될 당시 3개 증권사 정도가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2년이 지체됐다”면서 “KB증권의 시장진입으로 비로소 활발한 경쟁구도가 만들어져 투자자 이익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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