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사회적 가치 추진과정에서 아픔까지 숨김없이 공개
"사회적 가치 추구는 매출부터 이익까지 균형있게 보자는 것"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최태원 SK회장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보텀라인(DBL) 경영’에 더욱 속도를 붙이고 있다. 계량화된 수치에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발전적인 방향을 고민해 지속성장의 토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SK는 21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사옥에서 'SK 사회적 가치 측정 설명회'를 열고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3개사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공개했다.

   
▲ 최태원 SK 회장/사진=SK 제공

SK는 3사를 포함한 16개 주요 관계사가 지난해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이날 공개된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에서 SK는 각 계열사의 아픈 부분도 가감없이 공개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는 비즈니스 사회 성과에서 각각 –1조1884억원, -4563억원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의 비즈니스 사회성과가 마이너스로 나온 것은, 생산 공정에서 불가피하게 나오는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 배출량이 환경 항목의 측정값으로 환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손실을 냈다고 자인한 것은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부분이다.

SK 내부에서는 이 같은 수치를 공개하기까지 고민이 적지 않았다. 1조원이 넘는 금액을 마이너스로 발표하면 나쁜 회사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최초 결과를 보고 받은 최 회장의 의지가 단호했다. 그는 “당연히 총량으로 발표해야 한다. 필요하면 개선성과를 명기하고 발표하자”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 회장은 “첫 출발이니 잘하려고 노력하자”며 “현재 상태를 잘했다고 내보이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자”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의 사회적 가치는 △경제간접 기여성과(기업 활동을 통해 국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 △비즈니스 사회성과(제품·서비스 개발, 생산, 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 △사회공헌 사회성과(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활동으로 창출한 가치) 3대 분야로 구분된다.

SK는 각 사별로 공개하는 재무제표와 같이 사회적 가치도 매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표 방식과 시점은 각 사별로 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 때 밝히거나 지속가능보고서에 기재하는 등 자율로 정할 계획이다.

1970년대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공헌 활동 전개해온 SK는 지난해부터 부터 DBL 경영을 본격화 하고 있다. 과거 사회공헌, 사회적기업 생태계 조성 등 단편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DBL 경영 시대에는 기업 의사 결정 과정에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 사회적 가치 측정 설명회'에서 사회적 가치 측정 취지와 방식, 측정 결과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 제공

SK는 사회적 가치 측정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SK는 국내 공기업과 성과측정체계 개발에 힘을 모으고 있다. ERP시스템과 연동된 사회적 가치 측정·관리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유럽, 미국 등 약 13개 다국적 기업들과 협력해 사회적 가치 측정체계의 글로벌 표준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형희 SK 사회적가치(SV) 위원회 위원장은 “이제 긴 마라톤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성적은 아직 안나왔다. 지금을 기준으로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회적 가치 창출하고, 마이너스적인 요소를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사회적 가치의 획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비즈니스 모델과 얼마나 빨리 개선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영환경에 따라 사회적 가치 경영의 추진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SK는 흔들림 없이 DBL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매출부터 이익까지 균형있게 보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관점”이라며 “어렵다고 못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워도 더 해야하는 것이다. 앞으로 SK가 신규사업을 하게 되도 최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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